“DIY,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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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이 배출(?)한 스타, 반쪽이 최정현.

한때는 영화평론가 변재란씨의 남편으로 불리워졌던 그는 이제 그 스스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시대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아내 대신 살림과 육아를 떠맡게 된 것이 그를 일약 스타덤의 반열에 오르게 한 동인이다. 그는 시사만화가에서 생활만화가로 이제는 DIY 전문가인 목수를 표방하고 나서 또 화제로 떠올랐다. 아니 맥가이버가 적당하지 싶다. 그가 열어가는 세상은 재미로 가득찬 세상이다. 손 끝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어렵지도 않은 단순 명쾌한 세상이다. 아주 평범한 듯 하면서도 비범하고 깔깔거리는 웃음 속에도 해학이 담겨 있다. 충분한 메시지도 담아 낸다. 그래서 그는 연구대상이다. 그가 최근 펼치고 있는 생활문화운동의 현장, 과천 집으로 안내한다.<편집자 주>

최정현씨는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는 15평 아파트에 14년을 살면서도 30평의 너른 공간에 산다. 사실 그를 뚝딱뚝딱 DIY 전문가로 만든 것도 다름 아닌 이‘비좁은 공간’이었다.

“ DIY는 사실 아이 때문에 시작했어요. 아내 대신 살림을 해야 하는 다른 주부와 비슷한 상황일거에요. 멀리 가진 못하고 갇혀 살아야 하죠. 가만 있으려니 심심하고...”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려다보니 갖가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이다. 그가 착안한 작은 아이디어는 모든 생활을 천장에서 하는 동굴 속 박쥐의 삶이었다. 먹고 자고 심지어 떨어뜨리지 않고 새끼를 낳는 일까지...

그래서 그의 집은 때로는 아슬아슬하다. 마치 그것이 본디 제자리였던 것 마냥 모든 벽면에 찰싹 달라 붙어 있는 집기들이며, 천장 위로 가득찬 물건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나날이 발전해 가는 첨단 기술을 꾀고 있고, 세계 최대의 가구 유통회사, 우리로 치자면 최대 철물점에 해당하는 독일의 헤펠레 회사가 그에게 자문해 올 만큼 모든 철물 구조에 달통한 그가 아니던가. 그는 두 달만에 헤펠레 회사에서 나오는 8만 가지의 모든 공구의 원리며 쓰임새가 적혀 있는 팜플렛을 달달 외워버렸다. 그 덕에 그는 자신의 집 천장 위 100% 비어 있는 빈 공간을 또하나의 집으로 거뜬히 활용, 없던 공간을 새로이 만들어갔다. 그래서 그의 집은 같은 면적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보다 두배다.

신비한 마법의 나라

이 땅에 새로운 것은 없다? 아니다. 그의 집은 온통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진기한 물건들로 가득차 있다. 그의 가시권에 들어온 모든 물건은 그것이 신상품이라해도 단박에 업그레이드 돼 이 땅에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창조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의 집은 신비한 마법의 나라, 재미있는 나라다. 어떻게 책상에 엘리베이터를 부착할 생각을 했을까. 평면의 모습을 갖췄던 그의 책상은 버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마법을 연출한다. 승강기를 탄 컴퓨터가 스스르 제 모습을 드러내고, 골초인 그의 방은 담배연기를 모두 빨아낼 만큼 흡인력 뛰어난 환풍기를 갖췄다. 그의 작업실 천장 위엔 모든 공구가 서랍장처럼 요리저리 열렸다 닫혔다 요술을 부린다.

안방은 누워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배치했다. 작업하면서 동시에 TV까지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 공간활용 요령 역시 철저히 벽면 활용이다. 컴퓨터 부품들은 철저히 제 나신을 드러낸체 벽면의 장신구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침대도 작업 위치에 따라 신체 구조에 따라 편리한 구조로 조작이 가능하다. 그것도 리모콘으로 누워서 간편하게 해 치울 수 있다.

잠은 어디서 자노? 사진을 붙여놨던 벽면에서 또다른 침대 하나가 리모콘 동작에 따라 서서히 제 자리를 향해 내려온다. 그가 좋아하는 찍찍이 서생원 손잡이를 잡으면 도르레처럼 하예린과 아내의 책이 숨어 있다 나타난다.

부엌은 가히 예술이라 이름할 만하다.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는 돈 내는 사람이 남자라서인지 설계도 남자 위주, 남자가 머무는 거실이 제일 커요. 부엌은 뒷전이죠. 가까운 일본만 해도 부엌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일랜드형(섬) 구조에요. 제일 좋은 부엌은 사실 거실에 있죠. 온 가족이 알아서 밥먹고, 커피 마시고...그곳엔 부엌 개념이 아예 없어요. ”

부엌이 사실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란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쌀통, 밥통이 다 들어있을 만큼 그가 발명한 수납시설은 신기에 가깝다. 손잡이조차 튀어나오지 않도록 해 최대한 공간을 살렸다. 그는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30cm 공간에 어지간한 그릇들은 다 담아냈다. 심지어 보통 집안은 안방까지 가서 꺼내야 할 속옷들이 세탁기를 마주한 부엌 벽면에 배치돼 있다. 그의 집은 그래서 장롱도 필요없고 빨랫대도 필요없다. 그가 자랑하는 세탁기는 바로 건조돼 나와 거기서 옷을 꺼내 입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거실 역시 가관이다. 공룡발자국으로 만든 방석 DIY. 둥근 큐션이 달려 있는 각 모서리 는 하예린을 배려하는 아버지의 마음 씀씀이조차 읽게 한다. 거실 벽면은 라디오, 전화기, 전화번호, 메모지까지 달려 있다. 단추 하나로 선풍기까지 조작되는 시스템이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어지간한 물건들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둔갑하고 만다. 그래서 그는 얼마 안 있으면 자신의 집안 구조 전체를 전자동 시스템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같은 그의 집은 공무원에서 유명 가구업체, 건설업체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거쳐가는 견학코스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서 저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낸 걸까. 견학온 학생들은 저마다 탄성을 내지르고 만다. 업보인 걸까. 그는 하루라도 무언가 만들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을만큼 '만들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그를 천하에 둘도 없는 맥가이버로 거듭나게 한 것일까. 아니다. 그의 모든 아이디어의 원천은‘놀이 수준으로 생각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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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가 달린 최정현씨의 작업실.

그래서 아무리 골똘해도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그는 노상 싱글벙글 하회탈 같은 웃음을 짓는다. 옆에서 보는 이도 금새 웃음이 전염돼 고 만다. 그가 부럽다. 그러나 사실 그의 세상에 단하나 밖에 없는 발명품들은 철저한 그의 발품을 통해 나온 것이었다. 그는 모든 전시회, 박람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엄청난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최첨단 기기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게다가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는 까닭이다. 그래서 그가 아마 과천을 떠나게 된다면 코엑스 부근에 가게 될 거라고 말한다.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집념의 사다이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그에게 다른 집으로의 이사는 당치도 않는 일이다. 14년 동안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켜놓은 자신의 집을 어떻게 놔두고 간단 말인가.

“최소한 DIY,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

그가 말끝마다 내뱉은 자신에 대한 찬사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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