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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이후 반응은.

“주변반응이 나빠졌다. 남성 우월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남녀 사이의 일인데 네가 왜 나서냐’는 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피해여성 2인과 편승엽 관계는 물론 사랑으로 시작됐지만 엄연히 폭력이 존재했고 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이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두 여성의 피해사실은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나와 편승엽의 공방, 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편승엽의 현 부인이 우는 장면을 엔딩 크레딧으로 넣는 식의 방송이 많았다. 피해 여성들의 경험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편승엽씨 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동정여론이 있다.

“왜 남의 가정을 깨뜨리냐”고 하는데 이런 논리는 지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 나는 가정이 없나. 나도 엄마 계시고 엄연히 가족, 가정이 있다. ‘편승엽 가정 살리기’ 식으로 나가는 것 같은데 나 역시 가정이 깨지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성 범죄자 신상 공개하면 가정을 갖고 있는 남자인데 왜 건드리냐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나. 그런 짓을 안 하면 되는 거지, 한 남자의 가정이 깨지고 안 깨지고 여부가 초점이 아니다. 그리고 과거사를 들추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나의 고통과 다른 두 여성의 고통은 진행중인 사건이다. 6년 동안의 정신과 치료를 통해 내 안의 것들이 조금씩 터져 나오는 것 같다.”

-피해 여성 2인은 길씨와의 결혼사실을 알면서도 편씨를 지속적으로 만나왔다고 밝혔는데.

“여성들은 옆에 있던 남성, 늘 있던 사람이 없어지면 일종의 공황 상태에 빠진다. 여성들의 심리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아직 관계를 정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떠나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갖고 나를 조금만 봐줘”라고 매달리고 사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두 여성이 나와 결혼한 상태인줄 알면서도 계속 만남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 상황에서 두 여성은 자기 남자를 갖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게다가 울면서 “너를 잊을 수 없다. 너만을 사랑한다”고 수없이 되뇌는 남자한테 뭘 어쩌겠나. 물론 나는 사랑으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 여성 두 명이 겪은 감정적 고통과는 다르지만 여성으로서 이해한다. 순간적인 착각으로 내내 진행되는 관계가 있다. 남자들은 이해 못한다.”

-여성에게 ‘사랑’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랑한다는 말, 그런 관계는 여성에게 마약 같은 것이다. 취해 있다 어느 순간 깨서 폭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여론이 나쁜 것은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상황에 놓이면서도 또 다시 그 관계에 빠져드는 심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왜 그런가’하는 것이다. 사랑에 휩쓸려 끊임없이 폭력적인 상황을 감내하는 피해 여성들이 많다는 것은 비극이다. 단지 ‘재수 없게 걸렸다’ 식의 생각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말하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피해를 당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가 몸 관리를 잘 안했다. 속은 여자가 바보다’라는 식의 사고가 문제다. 하지만 거짓말하고 여성을 우롱한 남성에 대해서 문제제기하지 않고 피해를 당한 여성에게만 ‘네가 바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나.”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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