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군을 말하지 말라?! 제2 월장사태 재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지지한 이화여대 학생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사이버 테러와 사이버 성폭력이 가해졌다. 지난 군가산점 논란과 부산대 웹진 ‘월장’의 예비역 문화비판에 이어 ‘여성이 군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에 대한 ‘사이버 마초’들의 비겁한 폭력은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선 전쟁을 반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지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대 총학생회에선 전학대회를 통해 지지결의문을 발표했고 연세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예비역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숭실대에선 한 예비역이 훈련장에서 1인 시위를 벌였으며 9월 13일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을 바라는 대학생들’이라고 밝힌 대학생 5명이 국회 국방위원장실을 기습 점거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과 행동에 대해선 민주주의와 인권, 양심과 책임, 평화와 안보, 형평성과 방법론 등을 둘러싼 논쟁이 붙었지만 9월 28일 이화여대생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지지 및 군사주의 반대 입장을 밝히자 상황이 달라졌다. ‘배따러 가세’ ‘이화인은 다리나 벌려라’ ‘나 어제 이대생이랑 잤다’는 식의 사이버 성폭력이 가해졌고 이화여대 총학생회 홈페이지는 수천 개의 글이 도배되면서 순식간에 다운됐다.

‘사이버 마초’들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비밀번호를 공개해 집단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가하는 한편 커뮤니티에서 이대학생들의 실명과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 다른 인터넷 공간에 유출시키고 심지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측은 “군대와 군사주의에 대해 문제를 던졌는데 ‘챠밍스쿨, 4류대학’ ‘이대처녀 먹자’는 반응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성들로 하여금 군대에 대해 침묵하기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 예비역 문화를 비판한 대가로 이미 한 차례 혹독한 사이버 테러를 겪었던 ‘월장’측은 “어떤 논리도 내용도 필요없고 단지 ‘나는 군대 갔다왔다’는 것을 내세워 여성들의 말할 권리를 막으려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월장’의 정임영미씨는 “당시 협박과 욕설에 시달리며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처했지만 결국엔 그들이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무기로 사이버에서 비겁한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은 직접 대면했을 때는 아무 소리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사이버성폭력과 신상정보유출에 대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징병제, 군대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숙명여대 총학생회, 여성해방연대(준), 전국학생회협의회 등이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화여대 여성위원회 김지은씨는 “사이버테러로 인해 많은 이화인들이 공포에 떨었지만 오히려 여성들이 군대와 군사문화, 그리고 성폭력에 대해 보다 깊은 문제의식을 갖게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 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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