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정 적극 참여없이 성과 누리기 어려워

~14-1.jpg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독일은 40년이 넘는 분단의 역사를 접고 통일로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진·연합>

왜 여성들은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아무래도 독일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통일 후 독일 여성들의 삶은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그동안 통일에 대해 무관심했던 한국 여성들은 독일통일 후 진행된 동독 여성들의 지위 하락과 부정적인 영향들을 지켜보면서 위의 질문을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여성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계속 손놓고 있는다면 통일 이후 남북한 여성의 삶 또한 독일의 경우처럼 전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여성들이 통일운동에 박차를 가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독일통일은 무엇보다도 여성의 지위, 특히 동독지역 여성들의 지위를 크게 약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일과 함께 동독이 서독으로 편입됨으로써 동독지역의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들 역시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독지역 여성들은 “통일의 잃은 자”라고 불릴 만큼 더욱 불리한 변화들을 경험해야 했다.

독일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통일은 성차별적이다”라고 말한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주최한 여성평화통일 포럼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독일 학자 빈켈러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독지역 여성 중 ‘과거 동독에서 여성들은 남성과 평등했다’고 여기는 비율이 75%로 ‘차별받았다’(1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통일 이후 현재 ‘여성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비율은 72%이며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16%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유독 여성들이 통일의 잃은 자로 불려지는 것은 독일 통일이 가져온 여성차별적 결과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통일 전 동독의 여성들은 직업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동독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했고 아동보육시설을 확충해 기혼 여성들이 직업활동과 가족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체계를 보장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여성의 취업률은 통일 직전인 1989년까지 89%에 달했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통일 이후 동독지역에서 여성의 일자리는 40∼45%가 줄어들었고 여성의 실업률은 13배나 증가했다. 정부는 직장탁아시설을 폐쇄했고 여성들에 대한 사회지원책들을 축소하고 낙태를 금지시켰으며 피임약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결국 동독 여성들의 지위는 이전에 비해 현격하게 낮아졌다.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성이 약화되면서 여성의 가족 내 지위도 상대적으로 약화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늘었다는 보고들도 있다.

함인희 교수(이대 사회학)는 베트남의 경우를 예로 들며 “베트남 또한 통일 이후 통합과정에서 여성노동을 보호해주던 사회보장정책이 축소되고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주변화됨에 따라 여성들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하며 “서로 다른 두 체제의 통합과정에서 여성이 최대의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독일과 베트남의 이런 역사적 경험을 우리 현실에 적용해 본다면 왜 여성들이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정현백 교수(성균관대 사학과)는 “통일이 달성되고 그 후 여성해방에 좀더 다가가는 여성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여성이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통일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 능동적이고도 주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일 관련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의 수는 아직까지 부족한 형편”이라고 덧붙인다. 금년 9월 현재 여성은 통일 관련 위원회 중 통일고문회의 20%(6/29), 정책자문회의 20%(2/10), 통일정책평가회의 20%(3/15), 민주평통자문회의에 20%(36/180)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1998년(각각 22%, 8.3%, 0%, 14.9%)과 비교할 때 다소 높아진 편이지만 여성계가 요구하는 3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이 통일정책 분야나 통일운동에서 관심이 부족하고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13면 참조).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방어하지 않는 자는 부뚜막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동독여성들의 자조어린 푸념을 우리가 답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