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정권 아래서 강제 불임수술이 행해졌다는 발표가 나온 후 페루 보수파들이 이를 난관수술을 금지하는 데 악용하려 한다고 위민스 e뉴스가 보도했다.

페루의 페르난도 카르본 보건장관은 1996∼2000년 사이에 20만명의 여성이 강제 불임수술을 당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본지 688호 참조) 이 발언 이후 페루 의회에서는 피임을 위한 자발적 난관수술까지 금지시킬 것을 제안한 보고서가 나왔다. 페루에서 난관수술은 여성들이 네 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피임법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정부가 결코 여성의 피임 선택권을 막아서는 안되며 이보다는 수술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1998년 강제 수술로 사망한 마리아 메스탄자는 아직까지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수술 후 출혈과 고열에 시달렸으나 담당 의료진들은 그저 마취가 풀리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만 여겼다. 페루 정부는 2001년 2월에야 메스탄자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들은 아직까지 어떤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보건장관과 보수파들이 인구억제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이 이슈를 악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의혹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카르본 장관은 20만명이 희생됐다고 밝혔으나 2주 후 나온 정부기록에는 507명의 여성들과의 인터뷰만 있었으며 이중 90%가 강제로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불임정책을 연구해온 정부 민원조사관 플로라는 보건장관이 이같은 수치를 어떻게 계산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해당 기간 동안 불임수술 21만5천227건이 행해졌고 이중 90%가 강제된 것이었다는 전제에서 나오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

또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헥터 샤베즈 의원이 인구조사기구 등 낙태에 반대하는 주요 단체들과 함께 의회 보고서를 작성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

보수파의 움직임에 대해 출산법제센터 법률자문인 루이자 카발은 “만약 가족계획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을 금지하면 저소득 계층의 토착민 여성들은 또 한번 인권침해를 당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샤베즈 의원은 보고서에서 강제 불임수술을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일본으로 달아난 후지모리 대통령의 본국송환을 요구했다. 또 그는 후지모리 대통령이 토착민 수를 감소시키기 위해 주로 이들을 상대로 수술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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