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예산 별도집행 제안 나오기도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은방희)가 지난 5일 오전 7시 30분 세종호텔에서 「한국 산업경제의 선진화 전략과 여성 참여」를 주제로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지정 질의를 맡은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한국외국어대 김애실 교수와 MBC홍은주 해설위원(경제학 박사)의 요지는 여성 창업을 위한 모든 정보의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는 여성창업 종합지원센터를 하루 빨리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한 대안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정부 예산 가운데 아예 여성전용 예산을 별도 집행하는 Gender Budgeting 개념을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의 날카로운 질의 내용을 요약해 봤다. <편집자 주>

김애실 교수와 홍은주 해설위원은 무엇보다 여성의 창업과 기업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극히 적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여성산업활동 지원정책에 대해 “여성기업 및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법 체계는 비교적 잘 만들어져 있으되 실질적 지원사업 내용은 극히 미약하다”면서, “무엇보다 여성기업종합센터 건립을 위한 총 소요예산 200억원 가운데 정작 올해 책정된 예산은 15억원에 불과한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덧붙여 홍 위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위해 마련된 당초 올 예산은 80억원이 반영됐지만 국회 산자위에서 전액 삭감됐다가 다시 예결위에서 15억원이 반영되는 진통을 겪었다”면서, “이 15억원은 실상 전체 건물의 설계비도 안되는 생색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여성창업지원센터가 정보 진입장벽이 두터운 여성들에게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 단계서부터 실질적인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주는 인큐베이팅 단계까지 이른다면 더없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서, “아예 이참에 정부가 호주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Gender Budgeting 개념을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관련 부처는 여성부, 보건복지부, 중기청, 산자부, 정통부 등 온갖 부서로 나눠져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예산배정은 기획예산처에서 다루고 있어 많은 혼선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까닭이다. 홍 위원은 또 여성 창업의 실질적 지원은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맡고 있긴 하나, 이들 부처조차 여성 지원에 관한 일은 전체의 일부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는 예산지원에 소극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여성창업 지원 위한 부처 일원화 절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교수와 홍 위원은 공히 여성전용 창업 펀드에 대해 많은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성 기업에 대한 투자는 규모가 큰 제조업 위주, 담보위주여서 무형의 서비스나 유통, 무역, IT쪽에 강세인 여성창업자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창업자 가운데 제조업 창업은 전체의 15%안팎에 불과하며 그나마 펀드의 혜택을 받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제조업은 5%미만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99년의 40%보다는 많이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공공기관에서 여성 기업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금융기관에서 신용을 낮게 평가하는 묵시적 차별관행이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전용 창업펀드가 필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미국의 여성기업 지원활동 정책과 시사점

김 교수는 미국의 여성기업 지원활동 정책이 던져주는 시사점도 크다면서, 지난 90년대 미국 여성 기업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연방정부의 여성기업 제품 5% 이상 의무화구매 프로그램과 중소기업청의 여성기업에 대한 소액 대출프로그램으로 요약되는 여성기업 지원제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여성기업 제품의 구매율(현재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구매 실적은 총구매의 1~2%에 불과)을 높이고 중소기업청이나 산업자원부가 보증하는 여성기업 소액대출제도를 검토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비용개념에서 투자개념으로의 인식전환 시급

홍 위원은 최근 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인용, 여성들의 고용의 질을 보면 70%가 임시직 계약직 등 장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집계돼 있다면서, 여성창업지원은 이런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여성기업활동과 창업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나 귀찮은 비용의 차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큰 투자라는 방향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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