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모든 여자들이여!!’ 슬로건 무색

트랜스젠더·무월경 여성들 여전히 소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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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를 맞는 월경페스티벌에 나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참가하게 된 이유는 원래의 장소였던 탁 트인 노천에서의 화려한 공연메뉴도 메뉴지만 매달 하는 귀찮기만 한 월경을 어떻게 화제로 만들었으며 그것을 넘어 어떻게 축제로 만들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 축제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 별 사전지식 없이 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주변 친구들에게도 많이 홍보를 했다.

그리하여 며칠 동안을 부푼 마음으로 기다린 행사 당일. 태풍으로 인해 장소가 강당으로 바뀌며 분명 많은 준비를 했을 홍보부스들과 후원금모금 부스들이 좁은 복도에 진을 치고 나는 북적거리는 인파에 휩쓸린 친구들을 찾느라 분주했다. 도착한 시간은 늦은 다섯 시.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전력공급의 문제로 인해 정전이 두 차례 되고 공연이 지연되는 것쯤은 이 행사를 못 보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냐며 기다렸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본행사가 시작됐다. 말로만 들었던 최광기님의 입담은 정말 훌륭했고 월경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홍보영상물도 재기가 넘쳤다. “넌 숨기니? 난 숨기지 않아” 톡 쏘듯이 카메라를 향해 말을 던지고는 뒷모습을 보이고 가는 20대의 여자. 일부러 입혔을 듯한 순백의 원피스 치마에 월경혈이 예쁜 모양으로 조금 비쳤다. 객석에서 폭소와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와. 발칙하다. 유쾌하게 시작하네’ 즐길 준비가 됐다.

그러나 다음 순서인 트랜스젠더 모델의 보지패션쇼. 패션쇼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까웠는데 이 퍼포먼스가 화려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면서 조금씩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주최측에서 직접 기획했을 퍼포먼스에서 관객인 내가 읽어낼 수 있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랜스젠더 모델-무월경인 여성-을 등장시켜서 실제 월경을 하는 여성-월경을 등한시하는 여성-들의 월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의 ‘도구’로 썼다는 것. 이후 영상물에서 다뤄진 한 트렌스젠더 인터뷰를 보고 그 느낌은 한층 강해졌다. 이 페스티벌에서 얘기하는, 그리고 보여진 트랜스젠더들은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월경은 그것을 하는 여성에게 큰 축복입니다.”

다른 공연들은 아주 좋았고 매우 흥겨운 한 판이 계속되었다. 그 중 공명과 안은미씨의 무대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있었다. 관객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고 흥겨운 시간은 갈수록 더해갔다.

행사는 끝났고 악천후로 인해 최악의 조건에서 행사를 무사히 마친 불턱과 자원활동가 여러분들의 노고에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관객으로서 그 날의 열정과 흥분은 잊지 못할 큰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월경페스티벌은 월경을 하는 여성들만의 축제인가? 그렇다면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이여!!’라는 슬로건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 페스티벌에서 무월경 여성에 대한 부분은 인터뷰에서 소소히 다루어졌을 뿐이라는 점에 나는 주목한다. 월경을 하지 못하는, 그 흐르는 느낌을 맛보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는 월경을 하는 여성들에게 ‘아. 그래. 나는 축복 받은 존재구나’라고 느끼게 해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 그 소수의 여성들은 월경을 하는 다수 여성들의 월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해준 도구로 쓰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글쎄. 월경을 하는 여성들만이 아닌 무월경 여성들에 대한 얘기가 ‘다수를 위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루

월경… 기획팀은 너무나 지쳐버렸다

여성축제 전문가의 도움 필요해

8월 31일. 제 4회 월경페스티벌이 열렸다. 세 시간에 걸친 공연과 화려한 출연진들은 월경페스티벌의 큰 규모를 짐작하게 할 만했다. 그러나 축제에 흥분한 관객만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월경…’은 화려한 축제였을까.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연극 워크숍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나는 우연히 지난 23일 월경페스티벌의 섭외제의를 받게 됐다. 워크숍에 참여한 회원들은 연극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보수가 없음에도 순순히 제의를 받아들였다. 사실 월경페스티벌은 국내 여성주의 행사 중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행사가 아닌가. ‘언제 이렇게 큰 무대에 한번 서보겠어’하는 마음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었다.

극본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행사가 있는 주의 월요일이 될 때까지 나오지 않았고 기획팀중의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미 나온 극본이 있지만 컨셉과 맞지 않으니 대본을 알아서 쓰고 출연해 주었으면 한다는, 우리 쪽에서 보기엔 무리한 부탁이었다. 그 이후 부담감 때문에 처음에 하기로 했던 배우들이 약간 교체되고 대본은 완성되지 않은 채 행사 당일이 됐다.

출연진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커졌다. 물론 기획팀이 그간 월경페스티벌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매우 힘들었을 거란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애초에 이렇게 중요한 연극을 어떻게 제대로 기획하지 않았는지. 월경이라는 큰 행사 속에 들어가는 꼭지들이 이렇게 급박하게 준비된다는 점도 우리를 실망시켰다.

월경페스티벌은 정말 여성들이,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나누기 위한 축제지만 어느새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물론 기획팀은 정말 열심히 했고 곁에서 지켜보는 출연진들 역시 그 노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의 노력만큼 ‘좋은 기획’이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월경페스티벌은 매우 큰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다시금 돌이켜 봐야 하는 과정들이다. 과연 겉보기만큼 내실 있는 성장을 해왔는가?

‘불턱’이라고 불리는 페스티벌 기획팀은 주로 학생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순수하게 여성주의와 월경페스티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행사 준비과정은 물론 홍보, 스폰서까지 기획팀이 모두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업무분담이 되지 않는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모두 손뼉을 치고 즐겁고 대단한 잔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월경페스티벌에서 직접 올리는 공연이 몇 개였나? 단 세 개다. 트랜스젠더 패션쇼, 장애인 딸과 어머니, 그리고 연극. 나머지는 모두 섭외로 이루어진 공연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경페스티벌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가? 한번쯤 하는 음악회? 유명한 사람 많이 나오는 축제? 기획하는 이들에게도 그런 의미는 아닐 것이다. 유명한 게스트를 많이 섭외함으로써 축제 홍보효과는 커지겠지만 정작 ‘말하려 하는 것’이 묻힌다면 월경페스티벌의 의미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단지 기획팀이나 출연진에게 ‘내가 이런 것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여성주의 경력을 만드는 꼴밖에 안 된다.

기획팀은 너무나 지쳐있다. 기획팀은 자신의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축제를 준비했다. 한 번 행사를 기획하고는 지쳐서 쓰러지고 불턱은 그렇게 해체된다. 그리고 다음 해에 전혀 다른 사람들로 새로운 불턱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악순환은 반복될 뿐이다.

이제는 4회까지의 경험과 실수를 바탕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불턱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열의로 가득찬 학생들을 이끌어 줄 만한 그런 기획자. 여성주의 축제를 전문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 5회 월경은 사실 더 많은 짐을 안고 있다. 월경페스티벌이 기획단계와 과정도 축제가 될 수 있는 그런 축제가 되기를 절실히 바란다.

장강 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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