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아 일자리 지원 못한 여성 57.8%

많은 국민들이 채용시 연령제한이 부당하므로 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0%가 넘는 여성이 연령제한 때문에 일자리 지원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9월부터 상담창구를 열어 연령제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10월 중 폐지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

지난 8월 30일 여협이 주최한 ‘모집 채용에서의 연령제한과 여성노동권 전문가 워크숍’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연구위원은 많은 이들이 채용시 연령제한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협이 올해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남녀 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제한에 대해 60%의 여성이 ‘심각한 편’, 30%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각각 55%, 19%였다. 연령제한 때문에 모집공고에 지원을 하지 못한 경우는 여성이 57.8%, 남성은 38.7%에 달했다. 게다가 ‘일자리에 지원했으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서류심사나 면접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여성 29%, 남성 22%나 됐다. 연령제한이 부당한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8.6%는 ‘매우 그렇다’ 37.5%는 ‘그런 편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연령제한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법으로 규제하는 경우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남녀고용평등법을 모든 고용불평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고용평등법으로 고치는 안이 나왔다. 한국노총 이인덕 여성부장은 “그러나 실효성이 있는 법이 되도록 벌금제 등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나이가 많을수록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을 줄일 필요가 있으나 이에 앞서 객관적 직무평가 기준을 마련해 사용주가 연봉제를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걸친 ‘나이주의’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연령제한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65%는 ‘상급자보다 나이가 많은 하급자를 불편해하는 문화적 요인’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40%는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적은 임금을 주고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35%였다.

또 ‘회사에서 만나게 된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고 서열을 정해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고 보는 응답자는 75%에 달했다. 게다가 어린 상급자가 오면 나이 많은 하급자는 직장을 옮기는 일이 흔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7.4%, 근속연수가 짧은 후배가 상급자로 오면 승진 못한 선배는 직장을 옮기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고 여기는 사람은 56%에 이르렀다.

한편 한국여성개발원 김미경 연구위원은 “미국은 이미 30년전 ‘연령차별금지법’을 만들어 고용 해고 승진 직업훈련에서부터 구인광고나 이력서에 나이를 명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연령차별을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캐나다는 인권법, 호주는 인권 및 기회평등법에서 연령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영국에서는 나이를 이유로 부당해고된 근로자는 2만7천 파운드의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으며 모집 채용 교육 승진 해고 등의 과정에서 연령차별을 하지 못한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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