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우리 곁에 있어요

우리 일상속 삶을 과학이란 렌즈로 들여다보면 어떨까. 사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 생활은 보이지 않는 과학의 법칙들로 가득 차 있다. 어려운 학문으로만 존재했던 과학, 알고 보면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고 쉽기까지 하다. 원리적 접근을 통해 우리 생활의 지평을 넓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내는 과학자들 덕이다. 이들의 즐거운 세상 바라보기, 그 속에 푹 빠져보기로 하자. 세상이 달라보인다. <편집자 주>

케빈 베이컨 게임이란 놀이를 들어 보았는가.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이 배우 케빈 베이컨(영화 <할로우맨> 주인공)을 통해 여섯다리만 건너면 모두 연결된다는 케빈 베이컨 게임. 줄리아 로버츠는 덴젤 워싱턴과 <펠리컨 브리프>를 찍었고 덴젤 워싱턴은 톰 행크스와 <필라델피아>에 출연했다. 또 톰 행크스는 케빈 베이컨과 <아폴로 13호>에 등장했다. 이로써 줄리아 로버츠는 세 단계만에 케빈 베이컨에 도달한다. 이 놀이는 할리우드 영화계가 좁은 게 아니라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라는 통계학적 법칙을 동원한 것이다. 인간이 지역, 사회집단별로 무리지어 산다는 변수만 제외하고 한 사람이 알고 있는 이가 대략 300명씩이라면 4단계 건너 아는 사람은 9만명의 제곱, 81억명. 지구 위 60억 인구가 4단계만에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셈. 이처럼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과학은 일상생활 속에 부지기수로 숨어 있다.

<과학 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교수(고려대)는 “과학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주고받는 밀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복잡한 사회현상 이면엔 반드시 과학이 숨어있기 때문에 과학의 원리를 적용하면 삶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머피의 법칙. 바쁜 아침 시간에 급하게 토스트에 잼을 발라먹다 보면 빵을 떨어뜨리기 쉬운데 꼭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느 사람이라면 에잇! 하며 지나치겠지만 과학적 시각으론 이 ‘재수 없는’ 일도 분석할 수 있다. 보통 사람 손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릴 경우 토스트를 회전시키는 중력과 식탁 마찰계수는 빵을 한바퀴 회전시킬 만큼 크지 않다는 것. 따라서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시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 생활은 보이지 않는 과학의 법칙들로 가득하다. 좌측통행 문화에 걸맞게 에스컬레이터 왼쪽으로 세일 상품을 늘어놓는 백화점의 교묘한 상술, 음정 변화 폭이 큰 마디일수록 그 마디가 한 곡에서 반복돼 나오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어 자연의 소리와 패턴이 일치하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항상 남의 차선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심리에까지 보이지 않는 과학의 원리가 지배한다.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교과서로 접하고 달달 외우는 실험공식, 어려운 화학공식 따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영화 속에서도 얼마든지 과학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조금만 관찰 강도를 높이면 일반인도 기초적인 과학상식으로 영화 속 옥의 티를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쥬라기가 아닌 백악기 공룡. 또 <쉬리>에서 한석규가 빛을 증폭시켜주는 야시경을 쓴 채 손전등을 비추고도 눈에 아무런 이상없이 멀쩡히 돌아다니는 코미디 역시 과학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오는 잘못된 장면. 영화적 상상력을 무시했다는 억울함(!)도 있겠지만 재미있는 생활의 발견이다.

사랑도 과학이다

사랑의 과정까지 과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이든 바퀴벌레든 성적 흥분이 유발되는 것은 모두 단백질의 일종인 페로몬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팔을 들어올린 자세의 여자 모습을 자주 그렸던 것도 겨드랑이 냄새에 숨어있는 성 유인 물질 때문이었다는 걸 독자들은 아시는지.

방귀에 얽힌 조상들의 가슴아픈 사연도 있다. 징용 한국인들이 향수도 달랠 겸 방귀에 불을 붙이는 놀이를 하던 게 일본인들에게 발각돼 연료 개발을 위해 단체로 방귀 모으기 생체실험에 동원됐다는 얘기가 그것.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의 저자 이광연 교수(한서대)는 과학을 마냥 어렵고 생활과 유리된 학문으로 터부시 하는 풍토에 대해 “입시과목으로 전락한 과학, 타의에 의한 과학을 접하는 게 문제인 한편 생각보다 감각이 우선인 사회 분위기 역시 과학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역시 “철학은 삶의 문제와 결부되는 학문으로 인식하지만 과학 역시 삶과 분리될 수 없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자나 일반인 모두 걱정스러울 정도로 과학을 홀대하는 풍토를 극복하려면 결국 삶에서 자연스레 과학적인 시각을 키워내야 하는 건 아닐까.

참고·<과학콘서트>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 피크닉>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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