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야 새로운 세계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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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문화 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31일 열리는 월경페스티벌만 해도 여성들의 문화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페미니즘은 더 이상 기존의 여성운동 방식만이 아닌 ‘문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페미니즘을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얼마 전 여성문화예술기획에서 하는 자아찾기 워크숍에 참여했다. 한국사회에서 자기표현에 수동적인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이 자리는 연극, 춤, 미술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8회에 걸쳐 진행됐다.

나는 연극과정에 참여한 유일한 고등학생이었고 참가자들의 진지하고 열띤 자기표현 과정을 지켜보면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학생이 주로 많았고 주부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 간직한, 갇혀 있는 무언가를 ‘표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마지막 날에는 대사를 말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무대에서 걷고 뛰는 과정을 통해 학교에서는 얻지 못한 것, 살림하면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나도 물론 그런 것들을 얻었다. 이런 경험들은 페미니즘이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일종의 문화적인 충격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인 충격을 누릴 기회를 얻은 청소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녀들은 이 땅의 여성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내 친구 소현이도 알고 현정이도 알고 수연이도 안다. 여자라서 취업하기 어렵고 자기 일을 포기한 채 불행한 삶을 사는 주부들의 모습도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소녀들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앞서 페미니즘을 통한 문화적 충격을 겪지 못했다. TV도 영화도 신문도 모두 문화로 가득 차 있는데 왜?

획일화된 기성문화는 소녀들의 감수성을 키워주지도 못할 뿐더러 더러는 왜곡돼 있고 더러는 길들여진 삶을 강요한다. 1970년대든 1990년대든 2000년대든 흑흑대는 드라마와 고부간의 갈등으로 가득 찬 인습적 요소, 어딜 가나 청소년은 배제돼 있는 문화 프로그램. 교과서 속에서 눈으로만 평등! 평등! 하고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소녀들은 대학에 와서 신세계가 열리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대학이 신세계일까. 20대가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까.

여성주의 문화행사는 많은데 거기엔 대학생들만 있다. 고등학생들, 중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여 달라. 우리에게도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문화를 나눌 수 있는 다원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어린 페미니스트들과 좀더 주체적인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

장강 혜령/ 선정고교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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