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여성학 수업을 매 학기마다 개설한다.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는 학교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참 특이하게 이 여성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꽤 많다. 학교 분위기에 여러 번 실망을 한 나이지만 그래도 간간이 개설되는 여성관련 수업을 청강한다.

지난 학기 여성학 수업을 청강하면서 그 수업을 강의했던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었다. 나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정말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좋으신 선생님 덕분이었다. 얼마 전 그 수업을 들었던 친구와 학교 근처 술집에 갔었는데 그 선생님도 선생님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데 워낙 그 술집이 작아서 선생님이 있는 테이블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오고가던 이야기들 중에 참 씁쓸한 내용이 있었는데 여성운동 내지 여성학을 하는 여성들의 ‘일’에 관한 것이었다. 여성운동, 여성학을 하면서 왜 본업을 따로 둬야 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첫 번째가 아니라 왜 두 번째, 세 번째가 돼야 하는가, 이런 내용의 이야기였다.

내 주위에는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나 선배들이 많고 졸업 후에도 노동운동을 하거나 NGO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졸업 후에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NGO 활동을 하기 위해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여성운동을 하기 위해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나의 경우만 해도 대학 졸업 후 여성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조차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하기가 어렵다. 말을 꺼내더라도 본업으로 무언가 안정적인 일을 찾으라고 하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나 역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는 직업이 없이 여성운동을 본업 삼아 살아야 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고민스럽고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만약 여성운동이 내 삶에서 첫 번째가 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되진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술집에서의 씁쓸한 마음에 나의 여성운동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여성운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직업을 갖고 그 일을 토대로 여성운동을 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왠지 반여성적인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내 삶에서 ‘직업’으로서의 여성운동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다.

여성운동, 여성학이 우리 여성들에게는 정말 절실한 문제이고 대안인데 이런 우리의 움직임들이 우리에게조차 왜 첫 번째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운동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동은 분명 아니겠지만 단순히 여성운동가로서의 프라이드만으로는 한발자국 움직이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든다.

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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