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권력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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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홍대 앞 씨어터 제로에서 열린 극장 공연 ‘공감(共感)’에서 유독 관객들의 시선을 끈 퍼포먼스 아티스트 김은미 씨. <이브의 반란>이라는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붉은 톤 무대 세트 위로 펼쳐진 그의 퍼포먼스에는 유쾌한 위트가 스멀거렸다.

겹겹이 둘러싸인 붉은 장막을 뚫고 누드의 이브가 기지개를 켠다. 매달려 있는 사과를 깨어 물고는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한다. 고통에 괴로워하며 사과를 깎다가 그 달콤함을 음미하고는 도전적인 자세로 사과를 으깨어 부순다. 객석의 남자 관객을 무대로 끌어내 의자에 앉힌다. 당황한 남자관객의 엉거주춤한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당당하게 그 위로 올라앉은 이브가 희롱하듯 키스를 한다. 그리고는 거만한 자세로 일어나 사과를 베어 물고는 비웃듯 무대 뒤로 사라진다. 립스틱을 가득 묻힌 채 남자 관객만이 망연히 무대에 남는다.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을 보면 자연 對 문명이 여성 對 남성으로 나타나요. 이브는 선악과를 따면서 남성본위의 문명세계로 들어가 끊임없는 억압을 받지요. 여자로서 너는 아름다워야 한다, 길들여져야 한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예쁜 옷과 구두를 신고 그것이 행복인 양 착각을 하게 되는데 그 행복감이란 것이 허구라는 걸 느끼게 돼요. 여성 뿐 아니라 문명사회 속에 타자로 존재하는 모든 비권력자의 인생의 쓴맛, 고통을 보여주는 거죠. 하지만 문명의 세계로 들어오도록 했던 사과는 동시에 반란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가 돼요. 성으로부터 발생하는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은 수동적으로 ‘따먹히는’ 존재잖아요. 전 조금은 유쾌하게 뒤집어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찍어서 키스하고 맛을 음미하고 버리는 거예요. 관객들의 황당함을 유발하죠.”

여성 존재에 대한 집요한 탐색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에 대한 유쾌한 뒤집기는 다른 작품에도 강하게 드러난다. <보는 방법>이란 작품에서 그는 액자 속에서 완벽히 대상화돼 존재한다. 천으로 몸을 가린 채 존재하는 액자 속의 여성은 남성들의 관음증을 부추기며 시선을 끈다. 뒤돌아 멀어져 가는 여성의 자취를 망연히 따라갈 때쯤 그녀를 감싸고 있던 천이 액자 전체를 가린다. 의아한 남성들의 시선이 멍하니 무방비상태로 놓일 때 갑자기 천이 제쳐지면서 전라의 여성이 액자를 메운 뒤 반대로 바라보던 남성을 액자 안에 가둔다.

“관음증적으로 보는 시선에 찬물을 끼얹는 거죠. 남성은 여성의 몸을 예술이라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대상화하잖아요. 창녀와 성녀의 이분법적 구도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그들의 보는 방법을 꼬집기 위해 액자를 뒤집어 남성을 가두고 보는 거예요.”

그는 자신의 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편이다. 그는 누드모델을 하면서 체득한 감수성과 과감성을 행위예술로 이어나갔고 동시에 행위예술 안에서 발견한 실험성을 누드모델의 다양한 포즈에 접목시킨다. 그는 주로 이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고민을 작품 안에 녹여내면서 부당한 권력을 뒤집는 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벗은 몸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대상화된다. 그는 벗은 몸으로 저항을 시도하지만 남성들은 벗은 몸에만 집중한다. 이는 많은 여성예술가들이 딜레마에 빠져 고민했던 지점이다.

“남성관객들은 진지하지 않아요. 분명히 알죠. 남성들의 시선이 즐기고 있다는 걸. 아주 불쾌해요. 그래서 몸 동작이나 표현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정신차려!’라고 말하려고 노력하죠. 다행히 제 몸이 남성들의 욕구를 채워줄 만큼 육감적이지 않기도 하구요.(웃음)”

그는 ‘철저히 자신을 괴롭혀 고통을 느끼고 표현하는’ 편이다. 일상의 고통과 슬픔을 치열하게 받아들여야만 작품에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남자친구와의 동거생활 속에서 고민했던 ‘사랑, 섹스, 거짓말’이라는 화두를 작품으로 담아내기 위해 남자친구의 정액을 모아 냉장고에 보관할 만큼 집요한 사람이다. 4세대 여성 퍼포먼스 작가들 중 왕성한 작품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그의 발칙한(?) 상상력은 앞으로도 그의 몸을 통해 끊임없이 발산될 것이다.

문이 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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