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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21세기에 결혼 4년차 맞벌이로 사는 부부의 일상은 어떨까. ‘만화 그리는 이’ 배수원(35)씨가 최근 펴낸 <만화로 보는 결혼이야기>에서 그 일단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이 책은 배 씨가 다음 사이트( miztalk.daum.net/cartoon)에 연재했던 자신의 얘기를 묶어낸 것. 남편과 아내로 사는 의미,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 일하는 아줌마의 비애 등 웃기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상이 8컷 만화 속에 빼곡이 담겨 있다.

#맞벌이 아줌마 엿보기

“아줌마이기에 처녀 땐 생각도 못했던 일상이 문제로 보이게 됐어요.”

아내이자 작가인 배씨는 가끔 남편이란 족속(?)과 주파수가 다른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결혼하자마자 덤덤해지는 남편, 몇백원 값싼 물건에 연연하게 되는 아줌마 증후군의 엄습(!). 게다가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에 결혼 안한 친구들의 여유가 부러워지기도 한단다.

“확실히 결혼하고 나서 행동패턴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하지만 것보단 ‘아줌마니 어련하겠어’ 식으로 구박하는 사회의 시선이 싫어요. 때론 집안일을 적당히 하기도 하는 노하우가 필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자기 생활은커녕 나가떨어지기 십상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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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문제제기를 통해 아내, 며느리를 보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원한다.

#시어머니의 특징에 관한 몇 가지 연구

시어머니는 다 똑같다? 이 질문에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며느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아들의 속옷 상태에 집착한다, (먹고 나자마자) 다음 끼니를 걱정한다, 며느리에겐 친정도 취미도 없는 것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아래위층으로 시댁과 함께 사니 둘째 며느리이지만 실상 맏며느리격인 작가의 분석 결과다. 시어머니와 형님이 각각 냉동 동그랑땡을 사면서 상대에겐 비밀로 하라고 했던 웃지 못할 사건은 고부간 미묘한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얼마 전 분가를 앞두고 망설이는 내용의 이메일이 날아와 장황하게 조언을 해줬지요. 결론은 분가하는 게 좋겠다고… 얼마 후에 답장이 왔어요. 자기는 시어머니인데 자식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구요. 며느리가 보낸 메일인 줄 알고 동지 입장에서 쓴 건데 가슴이 철렁했지요(웃음).”

결국엔 시어머니 성토하기가 아닌가고 아니꼽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가족제도상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인 게 사실. 작가도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되겠지만 일단 약자인 며느리의 역성을 들어준다.

#일상에서 건진 만화

추석 전 D-데이를 꼽으며 친구들과 건투를 비는 자신의 절절함(?)이 그대로 만화 컷 속에 담겨 있다.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한 소재 떨어질 걱정은 없다나? 만화에는 동글동글한 얼굴의 새댁으로 그려진 작가의 실제 인상은 의외로 날카롭다(!). 출판사 기획일을 하는 그녀는 지난 1997년 한국여성민우회 소식지 <평등>과 <정다지기>에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좋은엄마> <여성조선> 등의 잡지에서도 결혼 소재 만화를 연재 중. 딸 넷인 집의 둘째(맏이는 작가 배수아씨)로 순정만화 <캔디> 세대인 작가는 자매들의 성장기, 결혼한 자매 얘기들로 새로운 만화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은 게 소망이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다 도중하차한 노처녀 얘기, 영화 <죽어도 좋아>처럼 솔직한 성문제도 다뤄보고 싶어요.”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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