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올라서도 건강 생각해야

안명옥 포천중문의대 산부인과 예방의학교수

휴가철을 맞아 여행과 관련 있는 건강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여성도 하늘 위에서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국내에서 움직이든 국외에서 움직이든 취미로 자가용 비행기를 조정하든 비행기는 만인의 교통수단이 됐다. 문제는 땅 위를 다니는 교통수단인 차나 기차와는 달리 공중에 떠 있게 되면 정상이 아닌 환경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심각하게 하면서 비행기를 타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최초 비행 이후 본격적인 비행의 시대가 열렸다. 1, 2차대전을 겪으며 많은 희생과 비행의학에 대한 경험, 연구가 쌓이게 돼 오늘날 우주탐험까지도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서 파생된 게 항공의학이다. 항공의학은 예방의학 중 한 분야로 매우 중요하고도 엄청난 발달을 한 분야다. 또 앞으로 인간이 우주여행의 기본 틀을 마련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고도 높아지면 우리 몸에 저산소증 나타나

왜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 몸과 건강을 생각해야 할까?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의 화학적, 물리적 성분이 변한다. 공기는 희박해지고 건조해지며 압력도 낮아진다. 산소가 희박해지면 사람의 몸에는 저산소증이 나타난다. 물론 상업용 비행기는 기압을 유지하도록 마련돼 있고 산소도 충분히 공급하고 있으나 보통 2천500미터 기준으로 맞춰져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저산소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저산소의 환경에 놓여도 별 증상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고도 1천200미터부터 야맹 현상이 시작되고 2천 3천미터에서 조금 피로감을 느낀다. 저산소증 초기증상으로 사고 변화가 먼저 일어나는데 기억력이 감퇴하고 판단이 흐려지며 계산능력도 떨어진다.

3천500미터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멀미를 호소한다. 4천500미터에서는 청력, 시력, 판단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6천미터를 넘어서면 필기가 안되고 6천500미터가 되면 혼수상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 비행기 이착륙시 경험하는 귀가 멍멍한 증상도 고도의 변화 탓이다. 등산할 때에도 이런 생각을 꼭 해야 한다.

기내서 술 마시면 지상보다 더 빨리 취해

이미 경험해서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행기 안에서 술을 마시면 지상보다 적은 양으로도 빨리 취한다. 비행기 내 기압과 공기량을 지상에서의 상태로 유지시키는 장치가 발달되고는 있으나 꼭 같은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귀에 염증이 있거나 감기에 심하게 걸린 사람은 고통도 느끼고 심하면 드물기는 해도 고막까지 터질 수 있다. 귀가 멍멍한 상태는 침을 계속 삼키거나 음료수를 마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아기의 경우 스스로 조절할 수 없으므로 엄마가 우유나 보리차를 먹여 귀 속 압력을 인위로 조정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행기를 탈 때 대부분은 승객, 조종사 혹은 승무원으로 탑승한다. 이 중 어떤 사람이라도 안전과 건강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참, 승무원이 탑승하는 것이 실상은 서비스를 위한 것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조처로 시작된 역사를 아시는지?

그러므로 승무원이 심폐소생술(CPR, Cardio pulmonary Ressuscitation)과 응급처치술에 도사급이어야 하는 것은 기본 의무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때 내 몸의 기내 적응을 생각하는 과학적 승객이 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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