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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가인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안은미씨가 뉴욕예술재단(NYFA-New York Foundation for the Arts)에서 주는 예술가상(Artists' Fellowships)을 수상했다.

예술가상은 1885년 제정돼 건축, 무용, 사진, 연극, 영화대본, 소설, 회화, 비디오 부문에서 우수한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2년에 한번씩 각 부문에서 16명씩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안은미 예술감독의 수상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올해 무용안무 분야의 수상자들이 제니스 브래너, 포너드 브라운 등 현재 미국의 현대 무용계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인데 안은미 예술감독이 외국인으로서 이들과 함께 수상했다는 점이다.

안은미 예술감독을 만나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들어봤다.

“처음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온다니까 주위에서 다들 재미있어 했어요. 안은미가 공무원이 된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어요. 하하하.”

그랬다. 십여년전부터 빡빡 깍은 머리를 고수하며 때론 상반신을 드러내며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해 춤을 춰온 그의 이력이 특히 보수적인 대구에서 그것도 시립무용단이라는 제도권에 속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였다.

대학원 졸업 후 터를 잡고 일을 하던 어느 날 형식의 틀에 매여 사는 자신을 보게됐다. “과연 나의 움직임, 은미의 춤은 뭔가...... ” 5년간의 고민 끝에 게을러서 생기는 생존 탐구의 부재를 깨닫고 보따리를 쌌다.

그가 선택한 곳이 뉴욕. 낯설고 물설은 땅에서 그는 다시 시작했다. 배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려웠다는 그는 뉴욕시티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실 이 상이 제겐 두 번째예요. 미국에서 활동할 때 한번 받았어요. 나의 작업들이 파격적으로 보였나봐요. 미국에서 오디션을 볼 때였어요. 향을 햄버거에 꽂고 춤을 추었는데 심사위원들이 으잉? 하는 표정으로 보더라구요. 공연이 끝나고 작품에 관한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왜 햄버거에 향을 꽂았냐고 묻더군요. 제가 답했죠. 꽂을 데가 없어서... 왜 향을 햄버거에 꽂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때 심사위원들이 저를 뽑은 이유가 이런 작품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몸으로 자유 언어를 구사하는 안은미의 춤이 인정받은 것이다.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표현한다”는 그의 작품들은 89년 ‘종이 계단’을 시작으로 엄마·자궁·여성에 대한 기호학을 표현한 ‘달 시리즈’와 미국에 도착해서 죽음이란 공포를 느꼈을 때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만든 ‘무덤시리즈’, 유희에 관한 사념을 담은 ‘무지개다방’ 등이 그랬고 대구에 와서 무대에 올린, 성을 매개로 한 작품‘성냥 파는 소녀’와 ‘하늘 고추’ 등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또 한번 공연계획을 잡은 작품이 ‘달거리’다. “대학 졸업하고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어머니한테 나 시집가게 해달라고 했다가 욕만 실컷 먹었지요. 잠잠하다가 28살 즈음에 또 결혼이 하고 싶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했죠. 사실 공평하지 못한 우리의 결혼제도를 싫어하는 내가 왜 결혼을 간곡히 바라는가를. 답은 여자로서 생산해내지 못하는 자궁이 간절히 원하는 노래라는 걸 알게 됐지요. 변기에 떨어져 퍼져 가는 피 빛을 보며 ‘달거리’를 만들고 92년에 서울문예회관에서 초연을 했어요. 그 공연을 본 친구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밥도 못 먹더라구요. 하하하.”

결국 자궁이 그렇게 간절히 노래를 했음에도 그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30대에 편안해지고 40대엔 더 편해졌어요. 아마 폐경이 가까워져서인가.”

그는 감추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표현했다.

2000년 12월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직을 수락하며 뉴욕에서 다시 보따리를 싸들고 돌아왔다. 그 후 1년 반째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현대무용단(대개 시립무용단은 고전무용단이다)을 씩씩하게 이끌며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나의 안무는 어느 땐 나를 자극하는 느낌에서 출발할 때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로움을, 움직임의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해요.”

안은미는 나를 비워 내지 않고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들며 텅 빈 무대를 채워가고 있었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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