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개최된 후 3년마다 열리는 세계여성학대회(International Interdisciplinary Congress on Women)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각국의 여성문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나누며 힘을 모으는 학문 교류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통해 세계여성학의 흐름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어필할 수 있다. 특히 개최지역의 여성들은 세계여성들과의 연대를 통해 시급한 현안들을 해결하기도 한다. 2005년 제9차 대회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특히 관심을 끈다.

세계여성학대회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학제간 연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학문 분과 가운데 존재하는 전통적 장벽을 허물고 서로의 관심영역을 넘나들면서 젠더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영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난 대회에서는 젠더(gender)와 세대(generations)를 합친 신조어 젠더레이션(GenDerations)이 모토로 등장해 연구와 운동에 있어 젠더와 더불어 세대라는 개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런 실험은 앞으로 더 많이 시도될 것으로 기대되며 다른 학문분야에도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세계여성학대회가 넘어야할 과제들도 많다.

우선 정보와 네트워킹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정적 문제로 인해 대회 참가자들의 지리적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이다. 매 대회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지역의 참가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3세계 여성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홍보에 힘쓰는 한편 여행경비 보조금(Solidarity Fund)을 마련해 제3세계 여성들에게 참가기회를 주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지리적 불균형을 깨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또다른 문제는 참가자들의 지리적 불균형에 따른 논의 주제의 지리적 불균형이다. 대회의 참가자들이 주로 제1세계 출신들이다보니 대회에서 논의되는 내용들 또한 서구 백인 중심의 여성학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의 세계여성학대회 개최지들이 이를 증명한다. ▲1981년 이스라엘 하이파 ▲1984년 네덜란드 그로닝겐 ▲1987년 아일랜드 더블린 ▲1990년 미국 뉴욕 ▲1993년 코스타리카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1999년 노르웨이 트롬소 ▲2002년 우간다 캄파라.

대회 조직위는 개최지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새로운 지역으로 다양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하고 있으며 그런 의지로 이번 대회를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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