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무릎꿇린 나이지리아 여성들

맨손에 누드로 원유 선적지 점거해 승리

나이지리아 남동부 지방 여성들이 최근 다국적 석유회사의 원유수출 선적지를 점령한 끝에 일자리와 학교를 얻어냈다.

AP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우그보로도와 아루탄 마을에 사는 비무장한 여성 150여명은 지난 8일 세브런 텍사코(Chevron Texaco)사의 배를 빼앗아 에스크라보스 선적지 안으로 잠입했다. 이들은 선적지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부두와 헬리콥터 발착장, 활주로를 막아버렸다.

이 일에 참여한 아누누 우와와는 “나는 활주로 팀의 리더였는데 비행기가 오면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 원을 만들었다. 누구든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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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적지를 점령한 이들은 직원 700여명을 가두고 워키토키로 외부와 연락했다. 여성들의 수는 금요일경 6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의 나이는 30∼90세까지 다양했으며 핵심 그룹은 40대 이상의 기혼여성들이었다.

이들은 회사가 자식들을 고용하고 마을에 전기를 공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6위의 산유국이자 미국에 5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다. 그러나 선적지 주변 마을민들은 원유 매장지 근처에 살고 있음에도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하다.

12일부터 양측은 우그보로도 마을에서 협상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여성 협상단 대표인 아니노 올워(50)는 “보면 알겠지만 마을에는 단 한 채의 그럴싸한 빌딩도 도로도 학교도 그 어떤 개발의 흔적도 없다”고 진흙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올워는 몇주전 회사측에 그들의 요구를 담은 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마을 여성들은 14일 선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200여명의 직원들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옷을 벗은 후 전통적인 몸짓으로 위협했다. 마을 여성 대표인 헬렌 오데와리체는 “우리의 무기는 누드”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부족들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아내와 어머니 할머니들의 누드를 본 직원들은 극도의 부끄러움을 느겼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 동안 마을여성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경찰병력 100여명이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투입됐다.

15일 이들은 마침내 회사로부터 앞으로 5년간 매년 최소 5명씩 마을 사람을 고용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세브런은 계약직 마을주민 15명도 전일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교와 전기시설 급수시설 마을회관을 세우기로 했다. 여성들이 원유선적지에 공급하기 위해 어장과 조류 사육장을 만들 때도 회사가 돕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5년후 재협상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들은 항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기뻐했다.

비무장 여성들에 의한 저항은 나이지리아에서 매우 이색적인 경험이다. 지금까지는 젊은 남성들이 벌채용 칼인 마체테와 총으로 사람을 납치하거나 공장 기계를 손상시킨 후 고용과 환경파괴에 대한 보상을 주장했다.

이같은 다국적 석유 회사와 지역 주민간의 갈등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 중남미 지역의 오고니족은 폭력을 이용해 저항한 끝에 셀(Shell)이라는 회사가 부족의 땅에 있는 우물을 포기하도록 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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