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암휴게소 성희롱 피해여성 명예훼손으로 긴급체포구속

직장상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 온 피해여성이 가해남성에 의해 오히려 모욕죄, 협박죄, 명예훼손죄로 긴급체포되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법원이 성폭력 가해자의 편을 들어 피해자를 구속한 첫사례로서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청주서부경찰서에 입감되어있는 피해자 김매환씨(52세)는 94년부터 죽암(하)휴게소 주방에서 일하면서 조리실 실장인 박모씨(38세)에게 젖꼭지를 꼬집히는 등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을 당해왔다. 박씨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성은 김매환씨 이외에도 여럿이다. 죽암휴게소여직원들은 박씨가 '성희롱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면 엉덩이를 툭 치고 가슴을 만지고, 어떨 때는 가슴을 꼬집기도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재미있잖아'그러면서 웃는 거예요. 얼마나 수치스럽고 황당한지 몰라요 ." "고함도 치고 좋게 말로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직장에 출근 할땐 정말 얼굴 대하기가 민망하고 눈 마주치기 조차 싫어요. 그래도 윗사람이라 내색도 못하고 마음만 졸였죠"

김매환씨를 비롯해 피해여성들은 2001년 7월 노동조합을 통해 성희롱예방교육을 받고서야 자신들이 당한 일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것과 성희롱 가해자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우리는 성희롱이 뭔지도 몰랐죠. 그냥 참아야 되는 걸로만 알았지, 여기서 짤리면 당장 생계가 어려우니까. 김매환씨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 가장이예요. 박씨도 가정이 있는 사람이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우리는 그 사람 얼굴만 안보게 해달라고 했지요"

이에 죽암휴게소 노동조합은 김매환씨 외 4인의 이름으로 박씨를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고소했다. 그러나 지방노동사무소는 "성희롱 개연성은 있지만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리를 내렸고, 죽암 휴게소 노동조합 및 여성단체들이 대전지방노동청에 항의하자 재조사를 약속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죽암휴게소측은 2002년 1월 박씨를 회사내 계열사인 덕유산휴게소로 전직조치시켰으나 박씨는 이에 반발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장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죽암휴게소로 복직됐다.

박씨는 복직한 날부터 소형녹음기를 휴대하여 피해여성들의 항의를 계획적으로 녹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여성들은 박씨가 일부러 김매환씨에게 자주 접근해 화를 돋우었다고 주장한다. "박씨가 능글거리며 아줌마 이제 그만 하세요. 그러면 김매환씨는 화가나지요. 김매환씨가 좀 다혈질이에요. 그래서 내 젖가슴 또 만지러 왔냐며 따지고 욕을 좀 하고 그랬죠"

김매환씨의 이런 이유있는 항의는 박씨에 의해 모욕, 협박, 명예훼손, 이라는 중죄로 둔갑했다.

충북여성민우회, 대전여민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연맹등 여성, 노동단체들은 이번사건이 "성희롱 치해자의 인권보다 가해자의 명예를 우선시하는 사법부의 편파적이고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법기관의 중대한 침해" 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여성, 노동단체들로 이루어진 공동대책위는 '성희롱 이중 피해여성'김매환씨를 즞각 석방할 것을 요구하며 10일 청주지방 노동사무소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하는 한편 노동부와 여성부 장관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면담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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