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영화 ‘스피릿’을 보러 갔다. 인간에게 길들여지길 거부하는 야생마의 이야기인 데다 주인공인 말의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는 점, 배경이 서부 개척시대라는 구태의연한 설정 등이 다소 지루할 것 같아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미뤄왔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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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매 상황 때문에 대안으로 선택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동은 생각보다 깊었다.

푸른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의 무리,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는 독수리는 미개척 시대의 자연을 숨가쁘고 경쾌하게 훑어 내리는 첫 장면부터 앞으로 전개될 이 영화의 스케일을 짐작하게 해준다. 호기심 많고 영리한 ‘스피릿’은 야생마의 무리를 이끄는 젊은 종마이다.

어느날 하모니카의 신비한 소리에 이끌려 인간 캠프에 도달하고 난생 처음 ‘두발 달린 종류’, 즉 인간과의 첫 만남을 통해 상상도 못했던 모험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한 마리의 종마를 통해 ‘자유’란 얼마나 소중하며 그것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한다. 자연 친화적인 인디언 청년과 자연을 정복하려는 백인 기병대장의 은유적 캐릭터를 교차시키면서 ‘개척’이란 명분 아래 자연을 파괴시켜 왔던 역사를 은근히 꼬집을 만큼 진지하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지한 메시지를 얼마만큼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새로운 신기술인 ‘트래디지털’이 보여주는 스펙터클한 화면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자연 경관, 영화 전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브라이언 아담스의 힘차고 강한 노래만으로도 감동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해피엔딩의 영화를 보고 돌아서는 어른들은 어쩐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야생마나 인디언 모두 오늘날에 멸종되다시피 한 문명의 희생자임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 자연과 멀어지면 금방 굳어져 버린다. 자라나는 것, 살아있는 것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머잖아 인간마저 존중하지 않게 된다”던 라코타 족의 위대한 지도자 ‘시팅불’ 추장의 말을 다시 한 번 가슴속에 새겨볼 일이다.

김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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