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첫 앨범 낸 페미니스트 가수 지 현

가끔씩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머리 속을 해부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이름을 단 지현. 그녀가 그랬다. 1997년 여성 밴드 ‘마고’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월경 페스티벌 등 여성계 행사에 단골 초대손님으로 등장했던 그가 드디어 첫 앨범을 냈다. <마스터베이션> <아저씨 싫어> 등 대학가에 이미 널리 알려진 곡들로 현실 세계(?)와의 본격 첫 만남을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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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원기 기자>

<내 안의 나를 만나다>는 이번 앨범의 컨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노래하는 그녀의 머리속은 어떤 생각으로 가득찬 걸까. 우문이지만 지현에겐 페미니스트가 먼저인지 가수가 먼저인지부터 궁금하다.

“집밖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성차별적인 세상의 시선이 걸렸어요. 학교에서 치마입는 날을 만들고 브래지어를 했는지 검사를 하고… 시인이 시로써 얘기하는 것처럼 내 일상, 정체성을 편하게 노래하니까 페미니스트 가수인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자위(마스터베이션), 일상화된 성폭력(cut it out), 지하철에서 홀로 흥분하는 아저씨(아저씨 싫어)까지 거침없이 쏘아대는 그의 노래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도발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현의 노래를 접하는 남자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저씨 싫어>는 남자 관객도 의외로 공감을 많이 해요. 그들도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인정하니까요. 내 노래에 슬쩍 자리를 피하는 남자들은 실제로 찔려서 그런 게 아니겠어요?(웃음)”

하지만 그녀는‘내 음악은 이렇다’하고 뭐라 단정을 내리진 않는다. 관객에게 친밀하게 다가가 함께 소통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그런 음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니까. 그러기에 페미니스트 가수가 도대체 뭐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단 내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한단다.

“페미니즘을 말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내게 페미니즘은 이즘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니까. 곡의 원래 의도가 중요한 건 아니죠. 설사 제 노래가 페미니즘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관객이 받아들이는 몫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다행히도 관객들은 제 음악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더군요.”

앨범에 수록된 11곡 모두 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 속 고민들이 끈적하게 배어 있다. 간결한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노래말은 평상시에 문득 감정이 스칠 때마다 부지런히 메모해 다듬은 작품이다. 대학가를 통해 ‘뜬’ 그녀의 대표곡 <마스터베이션>에 대해 물었다.

“남자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학창 시절 섹스가 하고 싶어 여자친구가 필요하다는 선배의 말에 충격을 받았어요. 여자 스스로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적권력을 타인에게 독점당해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되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노래 <미인>의 화두와 통한다. 이성애만이 사랑의 방식이고 늘씬해야만 아름다운 건가. 그녀는 당당히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대 모습 그대로 세상이 원한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대가 진정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그녀.

앨범 작업을 위해 친구들 셋과 의기투합해 지현&Company 라는 기획사를 차렸다. 그의 음악을 아끼고 여성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후원자로 둔 까닭이다.

“주류 음반기획사 역시 자본을 쫓는 한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해요.(그녀는 지난해 본지에서 자본과 이야기하는 게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페미니즘 음악은 언더그라운드도 오버그라운드도 아닌 전혀 다른 공간(그녀는‘얼터너티브’라고 표현했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그녀는 특정한 장르에 얽매이진 않는다. 익숙한 장르인 록은 물론 블루스나 얼터너티브록, 테크노 등 장르를 아우르는 곡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번 앨범 중 몽환적인 불교 색채의 <배꼽>, 첼로·피아노가 세션으로 들어간 <겨울숲> 등에서 그런 시도들이 엿보인다. 여성 세션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 교감을 나누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지현은 7월부터 수다콘서트 전국 순회공연을 위해 안산시, 고양시 등을 방문한다. 부천국제영화제 기간 중 cine rock night(7월 12일)에서도 그녀의 카리스마를 만나볼 수 있다.

엄마, 할머니 세대가 있기에 오늘의 페미니즘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세계는 제니퍼 베르자니와 같은 치유 음악이다. 카타르시스를 주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여성들에게 주체적으로 즐기는 법을 터득시켜주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인 것이다.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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