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스포츠 참여 위해 교양체육 수업 개설 필요해

월드컵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솔직히 의무감에서 경기를 보고 히딩크를 다룬 기사를 읽기도 한다. 그러다가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왜 야구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건 아마 내가 경기규칙을 잘 몰라서 그럴 것이다. TV 중계를 보고 있어도 누가 지금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지, 저 선수가 어떤 반칙을 했고 왜 퇴장 당하는지 도통 모르고 있으니 경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부터라도 내가 경기규칙을 달달 외우고 선수들의 전적을 분석한다고 해서 경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직접 운동장에서 뛰고 굴러봐야 그 재미를 알 것이다. 농구나 배구는 체육시험 때문에라도 몇 번 공을 만져본 적이 있지만(그것도 실제로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축구나 야구는 해 본 기억이 없다. 체육대회 때 응원하느라 종이를 찢고 붙이고 했던 기억은 있지만 말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체육수업에는 무관심했다. 수영을 듣고 싶기도 했지만 여학생은 수영을 잘 해서 학점 걱정이 없거나 힐끔거리는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용기있는 한두 명만 듣는다는 말을 듣고는 도저히 수강신청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는 선배언니는 축구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쫓겨나기까지 했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너랑 같은 팀인 애들은 학점 피해본다, 나는 복잡한 거 싫다는 등의 말을 들으며. 많은 여학생들이 재즈댄스나 힙합댄스를 듣고 싶어하는데도 정작 그런 수업은 없다. 공만 잡으면 남학생들이 길을 터주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하는 시선을 보내는 반이 아니라 여학생들끼리 눈치보지 않고 농구경기를 하고 싶다는 여학생들도 많다.

교양체육 수업이 달라져야 한다. ‘여학생들은 운동 싫어해’하는 생각을 버리고 왜 80% 이상의 여학생들이 운동을 해 본 경험이 있는데도 교양체육은 수강하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학점이 좋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남학생과 남자 강사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여남 분반을 만들고 여자강사에게 수업을 맡겨야 한다.

또한 여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런 수업을 새로 개설해줘야 한다. 학교에서, 교양체육 수업에서 여남평등을 이루어내는 것은 거창한 계획과 무리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여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여남평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박유미(연세대학교 인문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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