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모, 세계불임여성의 날 행사 열어

불임여성들이 불임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힘을 갖고 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자리를 가졌다. 제1회 세계불임여성의 달을 맞아 ‘아기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모임(이하 아기모)’은 6월 20일 윔 인 코리아(WIM in Korea) 행사를 열고 불임여성들간의 유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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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열린 세계불임여성의 날 행사에서 출산에 성공한 아기모 회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아기모 운영자 백은희씨는 시술받는 불임여성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소개했다. 백씨는 “아는 것이 힘이니 자신의 몸 상태와 보조생식술에 대해 잘 알아보고 이에 대한 맹신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에 실패하면 심리적 압박과 절망감에 빠지지만 고통스러워 하기보다 다시 시도할 임신을 위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명절에도 괜히 주변사람들이 죄인 취급해 일도 더하게 되지만 불임은 죄가 아니다. 조금 불리한 조건 속에서 아기를 가져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출산에 성공한 아기모 회원들과 아이들이 나와 인사하고 성공담을 얘기했다. ID가 오아시스인 회원은 “시험관 시술을 처음 받을 때는 당연히 되는 줄 알았는데 7, 8번 실패하자 두렵기까지 했다”며 “14번째 실패하고서 아기모를 만났다. 막상 임신하자 아이를 낳은 후의 준비를 하지 못한 걸 알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확인하는 ‘맞아맞아 베스트 5’ 순서도 있었다. ‘불임녀, 이런 친구 꼭 있다’ 항목에는 ‘입양하면 애 생긴다던데’‘무자식이 상팔자야’라고 하는 친구가 순위가 올랐다. (시술에) 실패한 날 밥 차리라거나 정액검사날 어떻게 피할까 할 때는 ‘남편이 아니라 웬수’라는 데 공감했다. 또 차트만 보고 상담하거나 질문 하나 하는데도 짜증내는 의사는 괴롭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시댁에 대해서는 점 보러 가자고 하거나 명절에 가면 애 없다고 ‘이제 그만 밥값해야지’할 때, 시술비 때문에 ‘아들 등골 뺀다’고 걱정할 때 섭섭하다고 털어놨다.

아기모 운영진들은 “불임은 가임여성 10명당 1명 꼴로 겪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사회적 인식과 이해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임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불임여성들의 정당한 권익을 위해 대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불임클리닉에 냉동보관된 배아 중 폐기될 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불임여성들이 고민해야 할 사항을 점검했다. 백은희 씨는 “냉동배아 처리는 불임 환자들의 적극적 권리 행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배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학연구용 기증시에는 무상을 원칙으로 하고 보관기관이 제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며 각 병원에 마련된 환자동의서를 꼼꼼히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아기모는 2000년 3월 걸즈라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만난 불임여성들이 같은 해 12월 불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쉴 수 있는 회원제 홈페이지(www.agimo.org)를 만들고 이름을 바꾸면서 탄생했다. 현재 회원은 5천228명.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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