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현/원불교 여성회장, 광운대 교수

세상의 억울함을 알려거든 소수집단에 속해보라!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말이다.

크고 힘있는 것을 부러워하고 얻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전국민을 눈물로 열광시킨 월드컵 8강 진출도 따지고 보면 ‘아 대한민국’이 유구한 세월 동안 작은 것 취급을 받아오면서 쌓인 울분을 처음으로 씻어준 쾌거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작은 것에서 비롯하지 않은 큰 것이 없으련만 사람들은 작은 것을 키우려 하기보다는 큰 것 자체를 바라고 하다못해 큰 것에 붙어서라도 큰 것으로서의 일체감을 느끼며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큰 것들은 큰 것이 되는 순간 큰 것을 존재케 하는 모든 질서를 옹호하고 나선다. 뿐만 아니라 작은 것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 못나서라고 주장하고 억울하면 커지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가 어떤 면으로든 발전해왔다고 한다면 세상을 발전시켜온 힘은 과연 무엇일까? 세상의 흐름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졌던 큰 것들이 세상을 발전시켜온 것일까?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시대를 지배하는 큰 힘들은 항상 부패한다. 돈이나 권력이 그 자체로서는 나쁠 것이 없지만, 아니 잘만 쓰이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건만 돈이나 권력이 커지면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는 것은 돈이나 권력으로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작은 것은 큰 것의 부조리에서 생겨난다. 큰 것에 대한 선망이 아무리 보편적이라 해도 큰 것의 옳지 않음에 분개하고 큰 것이 할 수 없는 일을 위해서 작은 뜻을 세우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작은 것을 키워 가는 동안 부단히 큰 것에게 당하는 과정에서 더욱 현실을 잘 파악하게 된다. 평등이 무엇인지 왜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좋은 뜻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참 지식, 참 지혜를 갖춰 가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이것이 참 운동이다. 이런 참 운동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사회-이것이 좋은 세상으로 가고 있는 사회다.

큰 힘을 갖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다. 작은 것을 키우는 일까지 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지도자다. 그러나 작은 것이 큰 것을 바꿀 수 있는데 대한 희망과 신념을 가져야만 참 지도자다. 이런 참 지도자만이 부패하지 않고 따라서 멸망하지 않는 큰 힘으로 살아 남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작은 힘들이여! 좋은 세상 만들기는 그대들의 몫이다. 그리고 아무리 힘겨워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동안은 축복 속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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