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화된 통념 깨려면 지식보다 실천 학습 필요해

성차별 문화와 성평등 교육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최상진 교수(중앙대 심리학)에 따르면 성차별 문화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6월 8일 한국심리학회 산하 여성심리학회가 주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최 교수는 “성차별을 습득하는 학습의 과정은 문화적인 사회화 과정인 반면 성차별을 억제하는 과정은 교실 학습적 과정이기 때문에 둘 중 어떤 과정이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가는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집밖에선 페미니스트 집안에선 현모양처

말로는 여성해방 일상에선 성차별 일삼아

최 교수에 따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열등하다는 통념은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 속에서 계속 반복되면서 관례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차별을 무의식적으로 자행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한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의 타인들도 모두 그런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그것이 성차별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배제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차별 당사자들은 성차별 행위를 ‘차별’이 아닌 ‘성 구분’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여성에 대한 비하가 여성을 보호하거나 위로한다는 명분아래 수용된다.

반면 성차별을 제어하는 것은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령 성차별을 인정하거나 허용하는 각종 법률과 제도를 개선하거나 성차별 문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의식을 함양시키는 방법 등이다.

최상진 교수는 “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성차별적 통념이 제도나 교과서식 평등교육을 통해 깨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문화적으로 성차별을 배우고 인위적 학습을 통해 성평등을 배우는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성관련 행동이나 의식과 관련해 두 가지 모순되는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성평등을 머리로는 알고 말로는 주장하지만 막상 자신의 일상에서는 성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이원집정제적(bicameral)’ 인간형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집밖에서는 페미니스트가 집안에서는 현모양처로, 대학에서의 공식적 학생활동에서는 전투적인 성해방주의를 주창하는 학생이 자신의 애인 앞에서는 귀여움 받는 연약한 여성으로 성별적(gender) 행위를 한다. 또 말로는 자신을 여성해방이나 성평등을 실현하는 진보적인 인간이라고 자처하는 남자들이 우리 주변에 허다하지만 그 실제 삶의 현장에서 이들의 행동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과 어떤 차이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성차별적이며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실제적 삶에서의 실천적 수행간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데서 성평등의 실천은 성평등 지식의 습득으로만 끝나게 된다. 즉, 성평등 지식인으로 제한된다”는 최상진 교수의 비판은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편 “발제 도중 ‘집사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 교수는 “나 역시도 이원집정제적 인간이다. 무의식적인 성차별이었다. 미안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성평등 교육이 성차별 문화를 영영 이길 수 없는 것일까. 발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최상진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성평등 교육도 성차별의 방식대로 접근하라”는 것이다. “성차별 실천은 구체적이며 행위지향적인 반면 현재 성평등 교육은 개념중심적이고 추상적이며 탈맥락적이다. 따라서 교육의 내용을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천 행위와 연계시키는 일은 또 다른 학습을 요구한다. 현장에서 대안적인 성평등 행동을 몸소 실천하는 체험중심적 사회화 학습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참가자들을 향해 “성평등 지성인에서 성평등 실천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성차별적 행동에 대해 반성적 깨달음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초기단계에서 해야할 일은 삶의 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차별 행동을 목록화시키고 이와 더불어 여기에 관여되는 심리·사회·문화적 맥락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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