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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의 현장에는 언제나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통해 역사를 읽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은 없다.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이김정희 지음/도서출판 여성신문사/1만 5천원)은 한국여성운동의 현장에서 부대낀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주며 여성의 역사를 읽어낸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여성운동에 대한 성찰없는 분석이 난립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은 ‘사람 냄새나는’여성운동사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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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소설이라도 쓸 계획”으로 정신대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는 윤정옥(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우연히 신문기사를 읽고 기지촌 여성들이 있는 의정부 두레방으로 달려갔다가 매매춘 여성으로부터 “이런데 오다가 잘못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타박(?)을 들었다는 김현선(새움터), “어려서부터 남자보다 여자가 좋았다”며 자신의 억압을 풀어내기 위해 한국 여성동성애자 인권모임인 ‘끼리끼리’에 일개(?)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레즈비언 문화운동에 뛰어든 이해솔(레즈비언 사이버 공동체 엘비시티), 야학 한자 교사로 시작해 사무직 여성노동운동의 중심에 발딛게 된 정강자(한국여성민우회),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이나 영화가 보여주는 남성들만의 세계에 저항감을 느꼈다던 김소영(한국종합예술대학 영상원) 등 여성 40인의 목소리는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당당하게 ‘자신의 역사’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들 개인의 역사는 여성의 역사, 한국여성운동의 역사를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이들이 보여주는 개인의 역사는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거창하고 사치스런 무엇’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이 여성운동의 출발임을 시사한다.

이 책은 기자의 취재파일이기도 하다. 소개된 40인은 필자 이김정희가 여성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각 분야의 여성운동을 취재할 때 만났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더욱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난다. 40인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하면서 겪었던 딜레마와 난관 그리고 사회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주요 여성이슈들이 속속들이 눈에 띈다.

필자는 40인의 인물들을 성, 노동권·생존권, 언론·저술, 문화, 법·정책, 환경·평화·교육 등 6가지 범주로 분류해 여성계와 여성운동의 스펙트럼을 보다 면밀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필자는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이 결코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운동의 성과나 역사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지’들과 함께 이뤄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결국 이 40인의 이야기는 현재 현장에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책의 서두에서 풀어내고 있다.

‘페미니즘이 뭐야, 페미니스트가 누구야’라는 답답증과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라면 딱딱한 페미니즘 이론서를 집어들기 전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에 담긴 사람들의 흔적을 느껴보는 것도 바람직한 접근법이 될 것이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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