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뉴스 거리가 안되는 세상, 먼 나라 얘기일까요.”

지난 25일 한국은행 사상 최초로 여성 부국장이 된 김선희씨(49)가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내뱉은 첫 일성이다. 씁쓸하지만 여성의 고위직 승진은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뉴스로 존재한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의 숫자는 늘 소수인 까닭이며 승진이나 올바른 평가로부터 여성은 대부분 배제돼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의 생존전략(?)이 각종 매체와 전파를 타고 공개돼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 부국장은 지난 75년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 한은에 입행한 뒤 27년만에 기획국 부국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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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은 채용시 남녀 차별은 없어요. 하지만 이 자리로 가는 데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녀는 입행 동기 73명 가운데 홍일점. 그러나 동기들 가운데 군필자는 이미 국장이 된 상태다. 미필자 몇 명만이 아직 승진을 기다리고 있다. 대리까지는 남녀 공히 같은 길을 가게 되지만 과장부터의 승진코스는 분명 달랐다. 김 부국장은 지난 92년 3월에야 과장 타이틀을 달았다. 입행한 지 17년 만의 일이다. 3년 전에는 2급 차장으로 승진했다.

본질적 장벽은 없으되 약자에 대한

불필요한 배려 많아

“은행업무는 여성한테 본질적으로 장벽은 없어요. 은행업무는 정확하고 철저하고 치밀하고 여성적인 장점이 기여할 부분이 많지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약자에 대한 불필요한 배려(?)가 많았다 싶네요.”

김 부국장 자신은 평소 덜렁대긴 해도 일에 관한 한 꼼꼼하고 치밀하게 해내는 성격이란다. 다만 경력을 계발할 기회의 측면에선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그녀가 입행 후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해외조사과.

매일처럼 야근을 하고 심지어는 집에까지 가져가서 일을 했던 그녀는 그것도 모자라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다. 소위 직장인 고시준비반이라고 하는 학원에 들어가서 경제관련 실무도 익히고 특히 조순의 경제원론 등 많은 책을 섭렵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조사과에 근무한지 1년 반 뒤 그녀는 인사과로 발령, 배치됐다. 결혼을 준비하라는 과장의 배려(?)때문이었다. 사생활의 진부한 틀을 적용해 직장 여성을 이해한 탓이다.

“경력은 계속 개발돼야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개발될 기회가 사실 그리 많지 않았어요. 아마 여성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많은 부분에서 능력발휘를 했을 겁니다.” 책임져야 할 업무의 양과 질적인 부분에 대한 여전한 차별이 일상적인 질서로 존재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지금도 여자 선배들이 거쳐간 일을 시키지 다른 분야에는 아예 배치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란다.

그러나 그녀는 말한다. “제게 맡겨진 일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시시해 보일지라도 말이죠. 조직에서 필요없는 일이란 없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지 여부는 여성 당사자에게도 많은 부분 달려 있다는 것이다.

관리쪽 업무가 많이 부여되긴 했으나 김 부국장은 과장되기 직전 기금운영부에도 도전해 봤고 업무부에서 실무도 익혔다. 행내에 없던 관행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해외연수도 한은 내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 도전한 케이스였다.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부국장은 앞으로는 많은 후배들이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낮은 경력인 채로 자리를 보존한다는 것이 항상 안정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닌 탓이다.

그녀는 “국장 한번 해 봐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좋건 싫건 이미 후배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교 2학년인 자신의 딸에게도 그녀는 곧 다가설 미래이기 때문이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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