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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무대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으로, 아스트

리드 너크러버 하이베르그 전 노르웨이적십자사 총재가 국제적십자

사상 첫 여성총재로, 루이즈 프레셰트 전 캐나다 국방차관이 이번에

신설된 유엔 고위직인 사무차장으로 임명되는 등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여성정치인들의 역량이 국제사회에서 한껏 개화했다.

여성정치인들의 힘찬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월 말 세

계보건기구(WHO)의 비밀투표 결과 그로 하를렘 브룬틀란트 전 노

르웨이 총리(58)가 WHO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오슬로 의대 졸업후 도미해 하버드 의대에서 공중보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브룬틀란트 전 총리는 74년 집권당인 노동당에 의해 환

경장관으로 발탁됐다. 41세 때인 81년 노르웨이 최초의 여성총리이

자 최연소 총리로 선출돼 세계인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86년

부터 96년까지 세차례 더 총리에 연임되면서 페미니스트적이고 진보

적인 통치스타일로 국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다. 일례로 86년 두번

째로 총리가 되었을 때는 18명 각료중 8명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군

주제인 노르웨이에서도 공주가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

았다. 낙태와 환경문제, 보건, 교육, 육아휴직 등 여성관련 사회복지

문제에 있어 강경입장을 고수해 집권 내내 “여성 기본권을 굳건히

수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룬틀란트 전 총리는 87년 유엔환경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 92년의

리우데자네이루 지구환경회의를 성사시켰고, 93년 이스라엘과 팔레

스타인해방기구 사이의 평화협정 조인에 숨은 중재자로 대활약을 했

다. 이처럼 국제무대에서도 국내 못지않은 정치역량을 인정받아 일

찍부터 WHO 사무총장 0순위로 거론돼왔다.

브룬틀란트 신임 사무총장은 당선 직후 보건문제를 세계 각국의 주

요 정치의제로 올려놓는 동시에, 빈곤과의 투쟁, 각국 기본 의료체계

확충지원, 홍역, 나병 등 고질적 질병과 홍콩조류독감 등의 신 질병

퇴치, WHO 재정난 타개를 위한 내부개혁 등을 역설했다.

'박이 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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