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정말 온 국민의 관심사일까.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이때까지의 한일전이나 월드컵경기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 한번씩은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며칠 전 스코틀랜드와 한국의 축구경기가 있었다. 그 날은 동아리 선배들의 끈질긴 권유와 몇 주전부터 신문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히딩크 감독의 자신만만한 말들이 나를 TV앞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장소가 여의치 않아 그냥 술이나 한잔하면서 축구를 보려고 우리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나는 정말 우스운 경험을 했다. 술집엔 축구경기를 관람하러온 남자들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몇 분은 아주 조용했다. 하지만 골이 터지고 경기가 활발해질 때쯤 예의 ‘훈수’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등장했고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 때쯤엔 해설자의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나라 대표팀에 대한 찬사와 스코틀랜드의 부진을 욕하는 말들이 술집을 가득 메웠다.

솔직히 남을 평가하고 평가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 자리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TV를 향해 내지르는 고함소리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고 또한 민족애라고 표현되곤 하는 그들의 숭고한 축구사랑은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그 장소에 여성들이 있었어도 그렇게 주위의 상황은 상관없이 월드컵송을 부르고 스코틀랜드의 부진을 욕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매국노로 치부해 버리고 외국과의 경기에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집단이기주의는 정말 폭력적이다. 한국의 승리에 대해서는 미칠 듯이 좋아하고 패배한 상대팀에게는 잔인하리만큼 폭언을 서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성의 존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나라 프로축구는 관중동원에서 아주 부진하다고 알고 있다. 한일전이나 외국과의 친선경기가 있을 때면 폭발하는 민족애 그리고 그들의 승리에의 집착이 언제쯤이면 진정될까.

김경인·leaftee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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