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이 되면 대학가에서 어김없이 부는 바람, 바로 졸업사진 시즌이다. 나도 졸업반인지라 얼마 전에 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찍었다. 입학이나 졸업, 이런 관례적 행사에 판타지 같은 건 없어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찍었는데 결국엔 사진 찍는 게 ‘일’이 되고야 말았으니 그것은 듣기만 했던 졸업사진을 직접 찍은 데서 오는 새로운 문화충격이었던 건가.

원래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데 평소에 하지도 않는 화장까지 하고 찍는다면 괴로운 심정에 표정 지을 엄두도 못 낼 것 같아 화장을 안 했다. 처음 안 사실인데 요즘엔 졸업사진 찍을 때 화장품 가게나 기타 미용업소에서 패키지로 해 준다. 예를 들면 화장 해주고 머리 해주고 눈썹 붙여주고 해서 4∼5만원 받는 식. 이젠 졸업사진용 화장까지 상품으로 나온 셈인데 확실히 미용시장이 일상을 파고들만큼 커졌다는 걸 실감했다.

각자 번호표를 지니고 사진사의 ‘다음’ 지시에 따라 정해진 포즈를 취하며 찍는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마치 똑같은 물건을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물건 취급당하는 것 같아 참 맥이 빠졌다. 혼성끼리 찍을 때 사진사가 여자들보고 남자들 사이에 끼라고 하는데 정말 이게 엄청난 감정노동을 하게 하는구나, 여기서도 이성간의 굴비 엮음을 겪어야하나 싶었다.

졸업사진 찍으면서 느낀 점 또 하나는 너무 많은 자원이 여기에 쏟아 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피사체를 위한 피사체가 되고 사진을 위한 사진을 찍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만큼 졸업사진 문화에 대한 생각도 각자 다르겠지만 떨어진 눈썹 찾으러 다니는 과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유라주·luvfli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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