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관하여

얼마 전부터 담배 값도 오르고 이주일이 담배로 인해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이 한창이다. 나는 이런 움직임이 한편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허전하고 붕 뜬 기분이다. 워낙에 금연을 강요받고 금연에 익숙한 상황이라서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담배를 끊기엔 아직은 피고싶은 갈망이 크다.

학교 화장실이나 지하철 역 화장실에 가보면 변기에 쭈그려 앉아 담배 피우는 여성들 정말 많다. 요즘 웬만한 음식점이나 커피숍 여자화장실에 가보면 재떨이 설치돼 있는 거 기본이다. 그리고 여성흡연률이 세계 1위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과연 담배 피우는 여성이 어디에 있는가? 밖에서 담배 피우는 여성을 과연 몇 명이나 보았는가. 모두들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그녀들을 화장실, 집안 구석, 커피숍에서 본다. 그녀들은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듯 가려져 있는 것이다. 물론 담배는 건강에 안 좋고 끊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성들에겐 담배 피울 자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여성에겐 흡연이 정치적인 맥락이 짙은 건강과 기호의 문제인 것이다. 밖에서 피다가도 재수 없으면 아저씨나 할아버지들한테 욕먹기 일쑤다. 게시판에서도 여성이 밖에서 담배 피우다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사실 지하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면서 연기 내고있는 사람들 보면 짜증이 일어나지만 얼마나 피우고 싶었을까 하는 게 느껴져 씁쓸할 때가 많다. 나부터도 바깥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편하게 못 피우고 커피숍에 가서야 안도감이 들어 담배를 꺼낸다.

담배는 끊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것을 여성의 입장에서 얘기할 때엔 이렇게 짚고 넘어 가야할 섬세한 사연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유라주·luvfli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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