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더운 날씨에 친구들과 함께 빙수집에 들어갔다. 빙수를 시키고 이야기를 하며 앉아있는데 한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여자화장실이 남자화장실이랑 같이 있는데 어떤 문을 닫아야 하는 거야? 전체 입구에 있는 문을 닫아야 할지 아니면 안쪽에 있는 여자화장실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어.” 그 빙수집의 화장실이 남녀공용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에 문 두 개를 다 닫아야 한다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빙수를 먹는 동안에도 무언가 찝찝하고 억울하단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상황에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한 여자가 남녀공용화장실 내의 여자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는데 한 남자가 들어와서 남자화장실을 쓴다. 그 여자는 생리대의 포장을 뜯으며 그 작은 소리가 바깥에서 들릴까 긴장하며 신경을 쓰는데 그에 비해 남자는 너무나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한다. 그것은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TV에서 잠깐 볼 수 있었던 장희선 감독의 단편 영화 <웰컴>의 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일을 실제로도 많이 겪어야 한다. 음식점 같은 경우에 화장실 두 개를 따로 만들 공간이 부족해서 공용화장실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부분 화장실 문 입구를 열면 남자화장실이고 거기에서 더 들어가야 안쪽에 여자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워낙에 사적인 영역이고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하는 곳이다. 그런데 공용화장실일 경우에는 그 공간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화장실을 쓰고 있으면(그곳이 안쪽이기에 더 폐쇄적인 공간이 되며 동시에 여성은 그 안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남자들이 언제라도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에 문을 여는 소리, 발자국 소리에도 엄청나게 신경이 쓰인다. 특히 술집은 공용화장실이 상당히 많은데 술에 취한 남자들이 문도 잠그지 않는 바람에 모르고 들어가는 여자들은 너무 당황하게 된다. 잘못을 한 쪽은 문을 잠그지 않은 사람이 분명한데도 괜히 여자들에게 화를 내거나 아니면 불쾌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공용화장실은 여러 가지로 불쾌하고 짜증나는 공간인데 여자화장실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 공공건물 안에도 여자화장실이 없어서 황당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고 pc방에도 여자화장실 없는 곳이 꽤 된다고 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지하에 있는 pc방에서 컴퓨터를 쓰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여자화장실이 없는 바람에 지상으로 올라가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화장실까지 다녀와야 했다고 말했다. 아니, 분명 여자 남자 모두 같은 소비자고 이용자인데 어떻게 남자화장실만 있고 여자화장실은 없을 수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런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손님의 편리를 생각한다면 화장실이 우선적으로 청결하고 이용하기 편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간적인 문제로 화장실 자체를 도저히 만들 수가 없어서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용화장실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과 남자화장실만 만들어놓는 부당함은 분명 개선돼야 할 것이다.

강우 진경·kinomania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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