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그림책으로 만나는 여행 이야기

5월은 여행의 달이다. 봄바람은 초록빛 연두빛살이 가득 오른 나무들과 마른 땅 여기저기 노란 색으로 장식한 민들레 꽃으로 시선을 가게 만들고 마음은 어느새 기차 타고 멀리멀리 가는 꿈으로 가득찬다.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혼자든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5월. 그러나 달력을 보면 아줌마가 챙길게 너무 많다. 어버이가 되었지만 자식으로서 며느리로서 챙겨야 할 또다른 어버이의 존재는 그런 사실을 잊게 한다. 한켠에선 엄마의 사랑을 더 쏟아부어야만 될 것 같은 아이라는 존재도 있다. 그래서 마음만 있지 쉽게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일상에 매인 아줌마에게 책은 바깥바람을 맡게 해주는 하나의 통로일 것이다. 그러나 집 안 가득히 들어온 봄햇살과 바람에 쉬이 책이 읽혀지겠는가? 그럴 때 잠시 ‘그림책은 어린이만 본다’는 고정관념을 걷어버리고 아이에게 ‘사주기만 했던’ 그림책을 보자.

부담도 없을 뿐더러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아이와의 사랑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어 좋고 설레는 마음 애써 부여잡고 현실에서 버둥거리는 아줌마에겐 소박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때가 때이니 만큼 여행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집 밖으로의 나들이 여행, 일상의 여유가 있는 그림책

여행이 꼭 살던 곳으로부터 낯선 먼 곳으로 떠나는 것 만은 아니다. 매일매일 아침의 뒷산오르기, 집근처 공원으로 산책가기, 도시락 싸서 소풍가기는 일상에서 우리가 늘 하고 있는 작은 여행이다.

그 중 소풍은 아이들의 일상에선 큰 사건이다. 소풍가기 전날은 거의 뜬눈으로 지새고 다른 날 보다 일찍 일어난 기억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진 아닐 것이다. 소풍하면 떠오르는게 김밥인데 어릴 때 여기 저기 소풍간 장소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엄마가 김밥 한 개씩 썰때마다 떨어지는 김밥꽁지를 주워먹던 기억은 아주 선명하다. 아이들의 소풍에서 가장 큰 재미는 이처럼 소풍가기 전의 설레임과 도시락 먹는 재미가 아닐까?

오늘은 소풍가는 날(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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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가기 전 아이의 설렘이 아주 잘 드러낸 작품이다. 가족과 소풍가기로 한 날 아침, 이슬이는 김밥도시락을 먹고 싶지만 참으라는 엄마 말에 꾸욱 참아 본다. 하지만 결국 도시락을 망쳐버린다. 일의 순서대로 움직이는 어른의 모습과 달리 어서 빨리 가고 싶은 이슬이는 저 혼자 가방싸느라, 옷입느라 바쁘다.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려 늦은 소풍길이지만 이 가족은 환하게 웃기만 한다.

비오는 날의 소풍(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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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생쥐 셀레스틴느와 곰아저씨는 비오는 숲속으로 소풍을 떠난다. 비오는 숲속의 나무아래 천막을 치고서 도시락을 맛나게 먹는 장면을 보노라면 비를 머금은 숲냄새와 함께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비오는 날의 소풍은 고정관념을 깰 뿐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한 폭의 수채화같은 동화다.

산으로 소풍가요(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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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을 맞아 소풍을 가려던 호호 할머니와 동물친구들이 집마당에서 텐트 치고 도시락을 먹으며 진짜 소풍을 흉내내는 이야기다. 소풍을 간다고 하자 동물들이 소풍가서 쓸 것들이라면 집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가져오는 장면이 재미있고 호호 할머니가 지붕 위에 커튼을 씌운 후 산이라고 말하고 동물들과 산(지붕)에 앉아 있는 것 또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구리와 구라의 소풍(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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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 형제 구리, 구라 시리즈 중의 하나다. 구리구라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은 잔잔한 일상을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구리구라의 일상은 산책과 채소가꾸기와 요리하기이며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다. 이것이 곧 그들의 행복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구리구라는 숲속으로 소풍을 간다. 그러다가 길게 늘어뜨려진 털실을 발견하게 되고 털실을 감고 굴려 그 끝을 찾아간 곳에 스웨터 올이 풀린 것도 모른채 앉아 있는 곰을 만난다. 구리와 구라의 몸동작과 곰과 친구가 돼가는 과정이 돋보인다.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하게 하는 여행

현실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쩌면 그것은 여행을 빙자한 현실도피이기도 하다. 여행은 지금 몸담고 있는 곳보다 더 나은 세계를 만나러 떠난다기보다는 현재의 삶을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 갔다가 다시 오는 것이다. 실제 여행은 즐거움 보단 험난하고 많은 고생을 요구하지만 자신의 현재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줄 뿐 아니라 자신감도 안겨준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림책은 그런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여행을 떠난 개구리(아가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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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을 보기 위한 쥐의 여행길에 개구리가 함께 나선다. 얼마 안 가 개구리는 지치고 떠나온 집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한다. 쥐는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것과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잖아”하며 개구리를 달래보지만 개구리는 점점 더 향수병을 앓게 되고 급기야 다리까지 다치는 바람에 쥐에게 업혀 집으로 온다. 집으로 돌아온 개구리는 먹고 싶었던 맛난 케이크 먹으며 친구들에게 여행길에서 있었던 일을 아주 신나게 이야기해 준다.

피튜니아, 여행을 떠나다(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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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암거위 피튜니아는 비행기가 날아간 하늘 끝에 멋진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직접 그 세상을 보기 위해 피튜니아는 미용체조를 해서 살을 빼고 결국 하늘에 나는데 성공한다. 놓은 하늘에서 바라본 세상은 넓기만 하고 신기한 것 투성이지만 먹구름 속에 휘말린 피튜니아는 넓은 도시로 가게 된다. 그러나 도시의 거대함에 피튜니아는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결국 다시 시골농장을 돌아 온 피튜니아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보고 온 아름답고 커다란 세상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쥐와 고래(다산기획)

바닷가에 사는 생쥐 아모스는 바다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바다 멀리 세계를 궁금해 하며 배를 만들어서 여행을 떠난다. 항해하는 얼마동안 아모스는 호기심과 모험심,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행의 즐거움에 푹 빠지지만 그만 배에서 떨어지고 만다. 그때 고래 보리스가 나타나 아모스를 구해주고 등에 태워 아모스를 집에까지 데려다 준다. 여행 중에 아모스와 보리스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깊이 감동하게 된다. 아모스가 집에 온지 몇 년 후 보리스가 풍랑을 만나 바닷가 모래밖으로 밀려나오자 이번엔 아모스가 보리스를 바닷가로 돌아가게 도와준다. 뭍과 바다, 생쥐와 고래, 작은 것과 큰 것이라는 차이에 아랑곳없이 각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인정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스럽다. 이야기 끝 무렵에 보리스의 “바닷속 감촉이 얼마나 좋은지 제대로 알려면 바다 밖으로 나가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도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다.

작은 배(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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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해변,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 틈에 작은 아이가 작은 배 하나를 바다에 띄운다. 작은 배는 물결에 실려 멀리 떠내려가게 되는데 먼바다로 갈수록 만나는 배도 게잡이 배, 돛단배, 유조선으로 커진다. 때론 홀로 망망대해를 떠다니기도 하고, 풍랑도 만나기도 하면서 어느 날 큰고기에게 물려 바다 깊숙한 곳까지 갔다가 다시 바다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리고 하얀 파도에 밀려 떠나온 바닷가로 다시 오게 되고 작은 아이의 손에 들려진다.

책 속에서 만나는 문화유적지

모네의 정원에서(미래사)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특히 모네의 ‘수련’그림을 좋아하는 까만머리 리네아는 할아버지와 함께 끌로드 모네 기념관에 가보기로 하고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첫날 리네아는 모네의 그림이 많은 마르모탕 미술관에 가서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관람한다. 그리고 다음날, 모네가 말년에 살았던 집을 개조한 파리근교의 클로드 모네 기념관에 간다. 책 속에는 기념관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과 기념관 내의 일본식 정원 등을 리네아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여행을 마친 후 집에서 리네아가 여행에서 가져온 그림엽서, 입장권과 차표, 비둘기 깃털, 사진 등을 스크랩하는 장면은 갔다 오면 그만인 우리의 여행문화와 비교해 신선하게 다가온다. 주인공 리네아는 이 책의 삽화를 그린 이가 한국에서 입양한 소녀로 스웨덴에 살고 있다.

그밖에 <나야, 엘로이즈. 여기는 파리>(리드북)는 파리로 여행간 엘로이즈의 눈을 통해 파리의 유적지와 풍경을 보여주며 <여러나라 이야기>(마루벌)는 엄마가 그린 그림을 통해 인디언 숲, 아프리카 정글, 이집트의 피라밋,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순신과 거북선 등 가보지 못하는 과거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박영희/ 줌마네 소속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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