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의 서자 환웅과 마늘`쑥을 먹고 100일을 견뎌 여자가 된 웅녀의 결합으로 단군이 탄생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민족의 기원인 ‘단군신화’, 단군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그러나 단군 할아버지 이전, 우리의 창세 신화 주인공인 마고 할머니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 우리는 아예 창세 신화가 없는 민족인줄 알고 살아왔다.

공식적으로는 현존하는 최고의 역사기록들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이 이미 가부장제가 강고해진 고려시대 이후에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유학과 불교라는 이데올로기가 덧입혀진 이들 사서들이 그 이전 신화들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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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419년 이전에 신라시대의 재상인 박제상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다 후대에 다시 되살려진 <부도지(符都誌)>는 그 1장에 마고의 존재를 실낱같이 전하고 있다.

“…궁희와 소희는 모두 마고의 딸이었다. 마고는 짐세에 태어나 희노의 감정이 없으므로 선천을 남자로, 후천을 여자로 하여 배우자 없이 궁희와 소희를 낳았다…”

마고는 민간에서 구전돼 온 ‘거인(巨人)’으로 중국신화에서 천지를 창조했다고 하는 ‘반고’에 해당한다. 마고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여신으로 오줌을 누면 강이 돼 넘쳐흐르고 한숨을 쉬면 태풍이 불었다고 한다. 마고는 서구 신화학 용어로 지모신(地母神)에 해당하며 우리 식으로는 신모(神母)다. 천지를 창조한 마고 시대까지는 적어도 여신들의 독무대였다. 여성들이 헤게모니를 잡았던 모계사회의 흔적이다.

마고는 처녀생식으로 두 딸, 궁희와 소희를 낳는다. 이 세 여신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신할미’다. 마고와 두 딸은 불멸하는 신적 존재로서 궁희 소희 역시 동정생식으로 네 딸과 네 아들을 낳는다. 첫 남성인 궁희의 아들 황궁이 태어날 때까지 세 여신은 세계를 창조하고 마고성이라는 낙원을 만든다. 그리고 난 후 네 쌍의 남녀는 성적인 결합을 했고 그로부터 현생 인류가 태어나게 됐다. 마고 신화는 단군신화 이전에 존재했던 더 긴 고대의 사회가 한국에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참고자료:민속학자 주강현 ‘여신과 남신’,

종교여성학자 김황혜숙‘마고를 여신으로 선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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