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소녀들과의 대화

티켓다방 생활 ‘빚과 상처’만 남아

간섭하지 않는 편안한 공동체 필요해

상당수 가출소녀들이 잠잘 곳,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티켓다방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그 수도 날로 증가추세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배달·티켓을 나가는 일은 견디기 어려운 중노동이며 ‘돈을 냈으니 여자를 어떻게 해도 좋다’는 남성들의 폭력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상처도 가늠하기 어렵다. 휴일도 없이 일을 해도 돈을 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티켓다방 생활 2∼3개월이면 빚을 떠안게 되고 빚이 생기면 그 때부터는 사실상의 감금매춘, 즉 노예매춘이 시작된다. 힘든 생활을 견디지 못해 도망하면 그만큼 빚이 늘어나고 빚이 7백만원 선을 넘으면 다른 유흥업소나 집창지역으로 팔려간다.

그러나 티켓다방의 실상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도 없는 데다가 당장 잠잘 곳이 필요한 가출소녀들이 다방으로 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른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지역에서 티켓다방 생활을 했던 가출소녀 4명(17·가명표기)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실상을 들어봤다.

- 언제 집을 나왔으며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수진:중학교 2학년말에 나왔다. 이유는 뭐 뻔하지 않겠나. 아버지가 때리고… 집도 어려워서 어차피 내가 일을 해야 했다.

유진:(집 나온 지) 한달 반 정도 됐다. 그 전엔 가끔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갑자기 때리기도 하고 간섭하고… 친구들이랑 자취하고 싶었는데 허락 안해줘서 나왔다. 학교도 적응이 안되더라. 선생님들도 엄하고 친한 친구도 없고 학교 가기 싫어서.

지은:중학교 때 학교서 잘렸다.

진영:갑갑하다. 부모랑 안 친했다. 집에 대해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

- 다방 가기 전엔 어디서 어떻게 지냈나

수진:아는 오빠들 자취방에서 있었다. 처음엔 일자리 알아보려고 신문보고 전화했는데 식당 같은 데서도 나이 때문에 다 안된다고 했다.

유진:(곧바로) 다방에 갔다. 다방은 재워주니까.

진영:친구 자취방에서 잤다. 그러다가 작년인가 티켓다방에 갔다.

지은:친구들이랑 여관방에서 지냈는데 술 먹고 방에서 담배 피울 수 있으니까 자유로웠다. 그러다 속병 나고 난리였다.

@3-1.jpg

▶ 가정과 학교 밖 세상에 대한 정보도 제한돼 있고 일자리도 없는 데다가 당장 잠잘 곳이 필요한 가출청소년들은 거리를 배회하다 유흥업소로 유입되기 십상이다. 이들에겐 다른 출구가 없다. <사진·민원기 기자>

- 모든 다방에서 티켓영업을 하나

지은:배달다방이랑 티켓다방이 있다. 역전에 있는 건 대부분 티켓다방이다. 배달은 월급을 주고 티켓은 월급이 없다. 나는 첨엔 배달만 했었다. 근데 돈을 너무 못 버니까 티켓을 하게 되더라.

수진:배달이랑 티켓이랑 같이 하는 데도 많고 배달만 하는 데는 요즘은 없는 것 같다.

- 티켓다방 생활에 대해 얘기해 달라

수진: 손님이 티켓 끊으면 4:6(주인)으로 갖는다. 1시간에 2만원이다. 아침부터 주인이 정한 시간에 일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시간당 계산하면 돈 벌기 쉬운 방법 같은데 까는(빚지는 것) 게 많다. 늦게 일어난다고 시간당 2만원씩 까고 노래방 나갔다가 손님이 맘에 안든다고 보내면 왔다갔다 하는 시간까지 아가씨가 까야 한다.

진영:1시간에 10분만 오버해도 허공에 날라간 시간을 아가씨가 빚으로 깐다. 손님들은 더 잡고 있으려고 하지만 돈 달란 말 못한다. 아침에 화장 늦게 해도 다 빚이다.

지은:시간당으로 버는 거라 시간이 늦어지면 돈으로 나간다. 1분 늦으면 1시간 일한 만큼 빼고 하루 쉬면 25만원 빚진다.

- 생리할 때라든가 아플 때 쉴 수 있나

수진:당연히 일한다. 휴일은 1달에 1번이나 2번 있다.

- 돈을 버는 여성도 있나

수진:거기 들어가면 돈 벌고 나오긴 어렵다. 갈 데가 없어서 있다가 빚만 는다.

지은:다방일 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 못 봤다.

진영:빚이 7백 정도 되면 사창가로 팔려간다. 도망가도 가출한 상태라 쉽게 잡힌다. 왜 그런 사람들(업주) 발이 넓지 않나. 그럼 빚이 더 는다. 빚지면 맞으면서 일한다.

- 보통 한 다방에 몇명 일하나. 성인도 있나

수진:4∼5명씩 있다. 20대는 없고 다 10대다. 20대들은 주점이나 딴데로 팔려간다. 주점은 다방보다 빚을 더 많이 진다고 하더라.

지은:나이든 언니들은 간판도 안 붙은 데로 가는데 몸이 너무너무 힘들다고 한다. 다방은 방학되면 미어터진다. 학교 다니는 애들도 아르바이트한다고 오는 거다. 유행처럼 다방에 오지만 다 빚만 진다.

- 방학 끝나면 그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지은:집에서 버리지 않았으면 빚 몇 백만원 쯤은 (부모가) 갚아주고 데려간다.

- 남자들은 아가씨들을 어떻게 대하나

수진:때리는 손님 많다. 그래도 맞고 가만 있을 수밖에 없다. 손님이 신고하면 그만이니까.

진영:진짜 심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다방아가씨는 아파도 안되고 앉아 있어도 안되고 술 안마셔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2만원 주고 노는데 1시간은 내 거다 이거다.

지은:남자들 장난 아니다. 여관에서 불러서 가면 다 벗고 있다. 딸딸이 해달라, 너 뚱뚱한 건 물을 안 빼서 그런거다, 내가 빼주겠다 그러고…

유진:남자들 혐오스럽다. 돈 벌려고 무작정 했는데 남자 상대하는 거 너무 싫었다. 막 만져도 어쩔 수 없이 다 받아줘야 하니까 스트레스 심하고 혼자 분풀이 하다보니 성격이 안 좋게 바뀌는 것 같았다. 악몽을 꾼 것 같은 기분이다.

- 네 사람은 무사히 나왔는데 집에 갈 생각은 없나

수진:없다. 3년 전에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었다. 혼날 것 각오하고 마음먹고 들어가도 잘 해주지 않는다. 간섭 심하고… 부모님 사이도 나쁘고 아빠가 일 안하는 상태다.

유진:친구들이랑 있고 싶다.

지은:(집에) 돌아가 봤자 별 수 없다. 지금 돌아보면 사회를 만만하게 본 것 같다. 3년 동안(티켓 다방 생활한 기간) 많이 변했다. 시간 갈수록 세상이 무섭더라. 언니들 사장에게 맞고 손님들 개잡듯 싸우고 아가씨들끼리도 싸우고 그런 모습 보기 싫었다. 다방으로는 다시 안간다.

진영:집은 생각도 하기 싫다.

- 국가에서 해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수진:(취업 시) 나이제한 낮춰주면 우리도 쉬울 것이다. 15살 정도면 일할 수 있지 않나? 집안이 어려워서 집 안 나왔을 때도 일이 필요했다. 또 미성년자도 방 잡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다방에 가는 건 잠잘 곳 때문에 가는 거다.

유진:첨엔 방 잡아서 우리끼리 지내자고 했는데 돈은 펑펑 나가고 계획은 계속 미뤄졌다. 일자리가 없었다. 주유소 같은 데서 일하면 방 잡을 돈 안된다. 지역에 우리 같은 애들 갈 곳이 한두 곳밖에 없다고 하더라. 자기 집처럼 편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은:복지관 같은 데는 간섭이 심해서 아무도 안가려 한다. 편하고 나 할 일만 하면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다.

진영:우리 나이에 마땅히 할 일 없다. 할 수 없이 여자들은 (다방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오토맨(다방에서 아가씨들 배달하는 일)하고 웨이터 한다. 짱께집은 건전한 일이다. 나도 떳떳한 일 하고 싶다. 미용실도 동의서가 있어야 일할 수 있다. 동의서 없이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 그래주면 다방에 빠지는 일 적을 거다. 건전한 일 하면서 아무 생각 안하고 지내고 싶은 심정이다.

※ 인터뷰에 응해 준 수진·유진·지은·진영씨와 취재에 도움을 주신 해바라기 쉼자리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