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영성, 철학분야로 빠른 확산 따라

이제 미국의 여성주의는 미국이라는 땅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사상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 말 일어났던 여성주의가 90년도에 들어 다시 보수적인 반발을 받고 있지만 이제 여성주의는 미국의 사상에서 소멸될 수 없는 사회사상으로 확산됐다.

미국의 여성주의가 정착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급진적인 여성주의와 더불어 종교와 영성, 철학 분야에서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진정으로 여성운동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여성들은 가부장제 내의 종교와 종교사상이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국가종교인 기독교와 미국문화 그리고 정치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메리 데일리다. 데일리는 미국의 여성 철학자이지만 그의 여성주의 사상은 서구사상은 물론 가부장제 자체를 초월하고 있다. 데일리는 일찍이 가부장제 자체가 전지구적 종교이며 세계적인 대종교들은 가부장제라는 종교의 하부구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여성학계와 운동계 일각에서 여성주의의 이론·실천이라는 이원적 사고는 물론 세속·종교라는 이원적 사고가 주는 병폐를 치유하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주의 이론가로 알려진 사람들이 영성에 대해서 말하고(글로리아 안잘두아 등) 기독교에서 출발한 여성신학자들은 유럽 고대의 여신종교 혹은 마녀종교라고 불리는 이방신종교(Paganism)로 돌아서면서 기독교 여성신학 자체의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에 여신종교와 마녀종교로 돌아선 여성들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여신종교와 여신중심의 영성을 제시하는 스타호크(Starhawk)와 크리스틴 다우닝(Christine Downing)같은 여성주의자들은 여신영성이 가부장제 사회가 봉착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가부장제 혹은 부계사회와 대칭적인 뜻으로 이해되는 모계사회 혹은 모계신이라는 단어를 피하면서 가부장제 이전의 여성중심의 문명에 대해서 설파한다.

미란다 쇼(Miranda Shaw)는 티벳과 인도 등의 여성중심의 불교인 탄트릭 불교에 대한 획기적인 저술을 내놓았다. “하나의 종교만 알면 종교를 아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리타 그로스(Rita Gross)는 바즈라야나(Vajraya)라는 티벳불교를 여성중심의 종교로 실천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법률 사회 교육 심리학 문학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일어난 미국 여성들이 사회적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 궁극적인 힘은 각 분야에서 철저히 투쟁한 급진적인 여성들의 목소리 덕분이었고 더 나아가서 가부장제의 최종 수뇌부라고 불릴 수 있는 종교와 영성, 철학의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여성운동과 여성학은 점차적으로 학문과 운동의 경계, 학문과 학문의 경계는 물론 종교들 자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여성주의 지성·영성·종교를 구현하고 있다. 유럽에서 발생한 후근대(Postmodern) 사상은 미국으로 건너와 1980년대와 90년대를 휩쓸면서 종교 영성 철학 분야의 여성들에게 쐐기를 박았다. 그렇지만 이제 후근대 사상은 미국의 다양한 여성운동가·이론가들로부터 점차 외면당하고 있다. 여성들이 종교, 영성, 철학 분야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자각이 다시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황혜숙 종교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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