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의 산부인과 체험기

대음순에 큼지막한 뾰루지가 났었다. 빨갛고 커다랗게 부은 나의 대음순, 결국 걷기조차 힘들어진 나는 난생처음 산부인과를 찾았다. 이론적으로야 그냥 병원이고 비혼자들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산부인과를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혹시 낙태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다리 걸치는 침대에는 어떻게 누워야 하나” “냄새가 나면 어떡하지” 등등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뒤덮었다.

진찰실로 들어가서 팬티를 벗고 품이 넉넉한 치마를 입고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다리 걸치는 침대에 누웠다. 여자 산부인과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인지 오히려 침대에 누우니 편안해졌다.

의사 : 결혼 안 하셨죠?

주연 : 네.

의사 : 관계하신 적 있어요?

주연 : 아니오.

의사 : 이게 뭐 이렇게 생겼지?

주연 : --

의사 : 이게 왜 이런데 났냐?

주연 : 왜 난 거예요?

의사 : 그냥 난 거예요. 많이 아프셨겠네.

주연 : 네.

나는 충분히 설명을 듣고 싶었다. 뾰루지가 그곳에 왜 난 건지, 어떤 치료를 거쳐야 되는지, 별 이상은 없는 것인지 등등. 하지만 뭐라고 딱히 설명은 해주지 않고 걱정이 더 쌓이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성관계 유무가 진료에 필요한 것일 수 있겠으나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설명을 들었더라면 불쾌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항상 생물학적 성에 대한 지식을 접할 때 의사가 아닌 여성주의자들이 풀어낸 이 내용들이 과연 의학적으로도 맞는 부분인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비록 한번의 산부인과 진료 경험이었지만- 여성주의가 없는 여성의 몸에 관한 진료와 연구는 헛일이라는 확신을 굳혔다.

예를 들어 <내 방의 아마존을 키워라>라는 책을 보면 다양한 보지의 모습을 스케치한 것이 있다. 지은이의 친구들의 ‘실존’하는 보지를 직접 보고 그린 것이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이게 뭐 이렇게 생겼지?”란 말로 보지의 생김엔 정답이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었고 몰라서인지 귀찮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상처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여성의 성기에 대한 존중감이 없다면 작은 상처는 상처로만 치부될 뿐이다. 이유도 무엇도 필요 없이 상처만 치료하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성기와 몸에 대한 존중감, 여성주의 시각으로 상처와 우리들 마음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산부인과 의사를 기다리는 것은 아직 이른 일인지… .

한황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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