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

“남자 과학자가 상 받을 때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과학자의 가족들까지 와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시상식에 가족이 오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수상자도 있었습니다.”

지난 해 말 제1회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식을 주관했던 분이 전해준 말이다. 상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남성들 일색인 다른 시상식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모양이다. 그랬을 것이다. 아이 키우기와 살림은 일단 여자의 몫으로 여기고, ‘밤을 잊은 연구실’이라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이 사회에서 능력있는 과학자, 어머니, 아내로 사는 것이 어디 만만한 일이었겠는가?

다들 인정하듯이 우리나라는 교육, 경제 수준에 비해 여성의 사회 참여도는 매우 낮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개발지수와 여성권한지수를 자주 근거로 든다.

우리나라는 교육,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하는 여성개발지수에서는 상위 20%에 든다. 그러나 전문직 종사율, 국회의원 비율 등을 기준으로 하는 여성권한지수에서는 꼴찌 그룹에 속한다.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중 여성의 비율이 특히 낮기 때문이다.

물론 9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참여가 크게 늘었다. 여성부를 만들었고, 정부 위원회에는 여성이 20∼30% 들어가고, 여성공무원채용목표제를 도입했다. 내용이야 같을지 모르지만 채용목표제는 ‘베풀어준다’는 느낌을 주는 할당제보다 훨씬 당당하고 편안한 말이다. 말에 담긴 것만큼 실효성은 없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과는 거리가 멀 듯 싶은 과학기술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 과학자를 위한 연구비를 따로 마련했고, 여성과학기술자 상도 새로 만들었다. 또 여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을 새로 뽑을 때 채용목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었고, 지난 15일에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더 많은 여성이 과학기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도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놀란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빈정거리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실력이 있으면 당당하게 경쟁해서 연구비도 따고 상도 받을텐데 남성, 여성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 말이다. 괜히 이런 정책 때문에 3류 취급 당할까 걱정하는 여성 과학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이것은 특혜가 아니다. 선배 여성 과학자들이 고군분투한 결과이자 현실적인 사회의 필요 때문에 생긴 일이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는 우리나라에서 머지 않은 미래에 과학기술자가 될 사람 중 여성의 비율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2001년 자연과학 전공 신입생 중 여학생이 50%를 넘었고 공대 신입생의 20%를 넘었다. 남학생들의 이공계 선택 감소, 높은 대학 진학률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지만, 이 정도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나라에서 필요한 훌륭한 과학자가 여학생들 중에서 나올 확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여성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고용 목표제 같은 제도를 통해 진로를 열어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길이 보이니 그 길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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