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 작가 방정아 개인전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군사문화의 산물인 교련복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두 여인이 검은 고양이를 경계로 누워있다. 일본군위안부와 양공주를 표현한 것이다. 작품 아래에 ‘군국주의에 대하여’란 제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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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녹아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리는 작가 방정아. 그가 지난 10일까지 대구MBC 갤러리M의 초대로 개인전을 가졌다.

인간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작가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에서 사회적 약자로 타자로 지칭되며 배타당하는 고단한 여성들을 본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한순간을 포착하여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리얼리스트라고 말하는 작가는, 80년대 후반엔 민중미술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그렸고 90년대 이후부터는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타자의 시선에 탈취된, 탈주체화된 여성을 그려냄으로 고통 받아온 여성사를 단편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정체성을 모티브로 리얼하게 기록하는 작업을 하던 그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다.

“94년쯤 부산에서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한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지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몰랐대요. 그 부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중, 대중목욕탕에서 그 부인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데 다들 동의했고 그 이유를 알게 된 거죠. 멍자국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그리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대중탕을 찾은 한 여성을 그린 후 ‘급한 목욕’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집 나온 여자’ 등을 통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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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작 <튼실>

‘종부’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 ‘인생극장-넌 나의 적이야’ ‘당신이 그리워질 때’ 등을 통해 작가 방정아는 “여성문제에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반영하면서 미술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문제 해결을 지향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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