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주개념없이 신분등록제만 있을 뿐

부부가 동일호적에 입적할 필요없어

“중국에도 미스차이나 대회가 있나?” “썸머 이스, 뿌동?”(무슨 뜻이냐, 뭔 말인지 모르겠다) 뜻밖에도 사람들은 금새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물며, “니 시앙 취마?”(너 미스차이나 대회에 나가고 싶니?) 라고 물으니 배꼽을 잡는다. 중국남자들이 좀 심심하겠다는 농을 해도 그것도 잘 이해 안 되나보다. 중국에도 미스차이나 대회는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잘 모르는 것은 왜일까?

성(性)의 상품화는 자본주의 영향이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회가 가지는 여성의 법적 지위와 사회적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굳이 여성을 통해 상업성을 노출하는 사회심리는 그 사회가 갖는 여성에 대한 인식과 법적·제도적 지위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는 호주제와 같은 법은 당연히 없다. 다만 호구법이라는 출생등록과 친자관계 등을 표시하는 호적에 해당하는 신분등록제가 있다. 호적은 국가가 국민을 파악하기 위한 행정문서이지 개인의 혈통을 나타내는 족보가 아니다. 가구주와 그 가구에 공동으로 거주하는 이를 모두 기재하는 제도로 우리의 주민등록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부부가 동일호적에 입적할 필요가 없고, 미성년 자녀의 성씨는 부부가 협의하여 결정하고 성년 자녀는 자기 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의 혼인법에는 ‘혼인등기후 부부 쌍방의 합의에 따라 아내는 남편가정의 일원이 될 수 있고 남편도 아내가정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17-2.jpg

▶국내에서는 몇 년간 폐지운동을 벌여왔음에도 호주제가 여전히 남아있으나 중국에서는 부모 모두의 성을 쓰거나 자신의 성을 만들 수도 있는 등 한국과 같은 호주제가 없다. 사진은 지난 3·8 여성대회에 참가해 호주제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어린이. <사진·민원기 기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은 철저한 남녀평등을 법으로 확실하게 보장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올려두었다. 하나의 법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생활풍경을 스케치해 보자.

A : “우린 모두 여자아이가 태어나길 바래요” 도시 사람들은 거의 여자아이를 선호한다.

B : 대학의 학장이 여성이다, 모두들 영도자로 존중한다. 남자 부하 직원이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그들은 그녀가 앞선 여성이라고 말한다.

C : 유치원이나 학교가 파할 시간엔 아빠들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유치원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D : 한국인 집에 초대받은 중국남성들이 식사 후 설거지를 돕겠다고 부엌으로 오는 바람에 혼이 났다는 한국여성들의 경험담이다.

E : “한국의 호주제는 여성들이 다함께 일어나서 법정 투쟁을 해야 해요!”

불합리하다며 중국의 한국어과 남학생들이 흥분한다

“아버지 성씨가 맘에 들지 않아서 바꿨어요”

호주제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성(姓)에 있어서도 중국은 매우 개방적이다. 물론 절대 다수의 가정은 전통대로 아버지의 성을 붙여주지만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을 따르거나 양성제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가 많아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사회 문제가 되는 데다 봉건적인 남성중심의 사상을 타파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양성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또 훗날 아이가 원하면 자신의 성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형제간에도 성이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오늘의 중국인들은 당장 현재 가족 외에는 집(家)이라는 집단적 혈연의식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중국을 동양의 원류라고 하나 가끔은 우리보다 더 서구적인 마인드를 보며 우리가 더 놀란다. 예컨대 우리 반에도 ‘오양(吳楊)’이라는 학생이 있다. 부모의 성을 함께 딴 것이란다.

“무슨 오씨지?”했더니 모른다. 조상에 대한 가문이나 본가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 지가 오래였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짓는 것도 그리 심각하지 않나 보다.

박경자 중국 통신원/중국 연태대학 한국어학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