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삶 속에 파고드는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투명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들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런 필요에 부응해 이미 출사표를 던진 여성들도 여럿 있다. 특히 여성단체 혹은 시민단체에 후원자나 활동가로 참여했다가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이 어떤 포부를 갖고 풀뿌리 지방자치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듣다보면 결국 우리네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가 바로 ‘정치’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본지는 이런 역사적 소명을 갖고 나선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서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양천구 목6동 구의원에 도전하는 이현주씨

쓰레기 전문가 되고 싶다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구의원 뽑아 놓고는 할 일 다했다고 뒷짐지고 있으면 안되죠. 부정부패나 이권에 개입하지는 않는지, 구정 살림을 제대로 파악하고는 있는 건지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현주씨(사진 오른쪽)가 양천구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실 여성의 정치 세력화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아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이 정치 일선에 나설 생각은 하지 못했다. 18년 동안 잘 다니던 직장(매일경제신문 교열부장)을 과감히 때려치울 때만 해도 ‘원없이 자원봉사나 하며 살자’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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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원기 기자>

그러나 평소 남서여성민우회와 생협활동을 통해 여성문제와 환경문제에 열심히 개입(?)하다 보니 주변에서 ‘그 열정을 구의회에서 펼쳐보라’는 은근한 지지와 압력이 있었다. 또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여성 관련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하면서 여성 관련 예산이 적어서 놀랐던 일도 떠올랐고 자신이 살고 있는 목6동의 현안도 외면할 수 없었다.

“현재 양천구는 개발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현 구청장이 개발을 우선시하는 사람이거든요. 목동으로 이사할 당시만 해도 기독교방송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어마어마한 빌딩숲이 들어섰어요. 주상복합 건물 등 고층건물이 늘어나니 교통난도 심각해졌고 환경오염도 염려스러운 수준이지요.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잖아요.”

목6동은 양천구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소각장을 둘러싼 잡음이 늘

끊이지 않는다. 목동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무렵부터 있어왔던 소각장이 아직도 주민간에 분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좌절하지는 않지만 알음알음 주민들과 얼굴을

익히려고 발로 뛰다 보면 맥 빠질 때도 많다고 고백한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려고 나온 사람이라서 고맙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내 일이 아니’라며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결국 그 무관심은 정치인들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구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우리의 후진적인 쓰레기 처리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또 ‘저렇게 잘 할 수도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지방자치에 참여해 볼까’하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점은 서로 배우고 따라하면서 모범적인 지방자치 사례를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는 낙선하더라도 이제껏 일관된 생활신조였던 ‘환경지킴이’로서의 삶을 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구로구 구로4동 구의원에 도전하는 백해영씨

어린이들이 살기좋은 동네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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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시민센터 시민교육위원장인 백해영씨(사진 가운데)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두 번째 도전이다.

첫 도전은 98년 6·4 지방선거. 선거를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출마를 결정한 그는 여성이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구로시민센터는 창립 1주년을 맞이한 시점이었고 내부에서는 시민운동을 하는 바에야 지자체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46표차로 낙선.

4년 후 이제는 구로4동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시민교육위원장 뿐만 아니라 다우리어린이집 원장과 구로구 의정참여단 단장을 맡아 지역활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쉽게 융화될 수 없을 듯하던 지역유지들과도 의사소통이 되고 있다. 노동운동하던 젊은이들이 구로를 떠나지 않고 결혼해서 아이 낳아 터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다소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그들도 이제는 ‘너희같은 사람도 있어야 지방자치가 잘 될 것’이라며 화답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경제활동이 늘려면 영아보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데 눈을 돌린 그는 94년 맞벌이 저소득층 부부들을 위한 다우리어린이집을 만들었다. 민간시설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공보육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기도 했다.

“97년부터 매년 5월 5일 어린이 큰잔치를 열어요. 우리 구로4동은 저소득층이 많아 어린이날이라고 해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맞벌이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을 위해 지역에 맞는 어린이 문화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큰잔치를 열었고 결과는 대단한 성공이었죠. 행사 때에는 연인원 4천∼5천명 참여하고 이제는 우리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자리잡았답니다.”

허나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다.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에 구로구청이 3백만원을 보조한 것을 두고 구로의회에서 “의정활동 감시단인 임의단체에 왜 구청 보조금 3백만원을 줬느냐”고 따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해영씨는 구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구로 하면 아마도 회색도시를 연상하실 겁니다. 그러나 구로는 땀흘리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고향같은 곳입니다. 거기서 빛을 찾아야 해요.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외지로 빠져 나가는데 이런 때일수록 생산현장에서 맞벌이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그들의 자녀를 위한 문화인프라, 교육인프라 구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요?”

궁극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이 행사는 구로의 정체성과 구로의 전망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구의원들이 구로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출마이유가 되고 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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