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예술무대 2002

토요일 오후 산만한 을지로입구역 한켠에서 들려오는 해맑은 오카리나와 팬플룻 소리, 나른함을 확 깨우는 강렬한 전자사운드.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아! 지하철예술무대…”하고 대번 떠오를 것이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은 지하철예술무대를 번번이 지나쳐야 할 만큼 지난해 유난히 바빴거나 아니면 지하철예술무대가 있는 역사를 한번도 지나가 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지난 16일 을지로입구역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지하철예술무대 2002’는 올 12월까지 매주말마다 1∼4호선 지하철 역사에서 상설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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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과 12월에는 6시간 마라톤 공연인 지하철페스티벌도 열 예정이며, 5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기획공연도 개최한다. 공연 내용은 연극/무용/음악/퍼포먼스 등 전 장르에 걸쳐 있으며 무대에 오르는 이들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실력자들이다.

지하철예술무대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짬짬이 ‘공짜’ 예술을 즐기면서 문화적 감수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공연자들에게는 상업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끼를 드러낼 수 있는 대안적인 문화‘판’을 제공한다. 지명도가 낮거나 상업적 가치가 적은 작가들에게는 도무지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 문화현실 속에서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대안공간이 되는 것이다.

“처음엔 지하철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공연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가벼운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막상 지하철 역사에 몰려든 관객들이 일반 공연장보다 더 놀라운 집중력과 진지함으로 공연을 지켜보는데 놀랐어요. 이러한 관객의 시선이야말로 지하철 공연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여느 훌륭한 공연장에서보다 진지하게 만들어요.” 시청역에서 현대무용공연을 했던 정경화씨의 소감이다.

시민들도 적극적이다. 이제야 세금 내는 보람을 느낀다는 이부터 주말뿐 아니라 매일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들까지 지하철예술무대에 보내는 응원소리가 뜨겁다.

올해 지하철 시민들이 만날 예술무대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시민들에게 가장 호응이 높은 밴드연주를 비롯해 마임, 무용, 인형극, 클래식, 힙합, 아카펠라, 국악까지 입맛에 따라 즐길 수 있다. 한가지 더. 을지로입구역 무대에서 항상 만나는 ‘훌라후프 할아버지’처럼 비어있는 무대를 자신의 판으로 만드는 ‘괴짜’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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