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들이 호롱불 밑에서 한땀 한땀 정성과 염원을 담아 빚어낸
자수가 한권의 책으로 다시 피어났다.
사전자수박물관 관장 허동화씨가 펴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
리 규방 문화〉(현암사)는 수베갯모, 수주머니, 수노리개, 수댕기, 침
장, 꽃신, 부채 등에 나타난 규방문화를 시대별·종류별·지역별로
나누어 조목조목 살피고 있다.
이 책은 자수의 역사와 바느질 도구에서부터 옷을 화려하게 장식한
복식 자수, 은근한 맛과 정취를 담은 병풍자수, 섬세함의 극치를 보
여 주고 있는 불교자수, 자투리 천을 조각조각 이어 조형예술의 절
정을 이룬 보자기에 이르기 까지 우리 여인들의 생활 양식을 규명하
는 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전통 자수품들 가운데 일상생활과 무관했던 것은 하나도 없
으며, 따라서 실도 가는 실보다는 꼬아서 만든 튼튼한 실을 사용해
입체적 묘사가 가능했다”
오늘에 이르러 이런 점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자수를 재평가하도록
만들었다는 허 관장은 ‘자수는 꽃’이라고 표현하며 실로 짠 것이
면 무엇이든 마다않고 달려가 구입했다고 적고 있다.
자수문화가 일반적으로 여인의 인내와 한의 결정체로 여겨지고 있
는 것에 대해 허관장은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수주머니에 자식의 과
거 급제를 기원하며 정성들여 수를 놓았던 예를 들면서 자수는
‘눈물의 씨앗’이자 ‘희망’의 표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
에서 여성들의 살아가는 방법과 지혜를 보여주는 자수는 여성사적인
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허 관장은 지난 30년동안 발품을 팔아 모은 각종 규방 여인의 다양
한 전통 살림살이를 수집하고 사전자수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겪은 체
험, 일화, 신념, 소망 등을 진솔하게 담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박
물관 이야기〉도 함께 펴냈다.
'최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