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맞벌이 부부 90% ‘아이 급하게 가질 필요없다’

도시와 농촌, 자유추구 vs 대잇기 출산 양극화

중국은 가족법상 ‘1가구 1자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979년부터 시작된 인구억제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이같은 정책이 도시와 농촌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괴되고 있다. 농촌에서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기 위해 지속적으로 아이를 낳고 있는 반면 도시에서는 부부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특히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에서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 아이를 낳지 않는 소위 ‘딩크족’(double income and no kids)들이 늘고 있어 화제다. 상하이사회과학원이 지난 연말 실시한 사회조사설문 결과에 따르면 화이트칼라의 14.5%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5.3%는 결혼 후 아이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가운데 90%가 ‘지금은 아이를 급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 딩크족들은 대개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이 밝힌 딩크족의 기준에 따르면 이들은 소비수준이 높고 자녀를 위해 저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잦은 외출과 여행을 즐기며 평균 이상의 돈을 번다.

결혼 3년 차인 리우씨와 쉬씨는 광저우에 살고 있는 ‘딩크족’이다. 이들 부부가 이번 구정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 만나는 친지와 친구들은 한결같이 물었다. “어떻게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느냐?” 심지어 어떤 사람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향에서 아이를 하나 입양하지 그러냐”고 입양을 권하기도 했다. 리우씨 부부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결혼의 목적은 아니지요. 저희들은 두 사람의 세계를 만들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베이징에 살고 있는 허모씨도 ‘딩크’ 생활을 선택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언니의 결혼생활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조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언니가 ‘자폐증’이란 사실이 발견됐다. 그때부터 언니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자신을 보면서 ‘딩크족’이 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딩크족은 중국에선 아직도 ‘전위적인 가정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딩크족이 대도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마음속으로 아직도 ‘자식이 없는 것은 3대 불효중의 하나요 후대가 단절되는 것을 커다란 위기’로 받아들인다. 딩크족이 늘어가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우려를 반영이나 하듯 지난 2월(구정) 딩크족의 핸드폰에 다음과 같은 문자서비스가 바쁘게 울려댔다.

“봄이 오니 참새들도 사랑을 하고 개미도 동거를 하고 파리도 임신을 하고 모기가 유산을 했다. 나비는 이혼을 하고 송충이가 시집을 가고 청개구리도 아이를 낳았는데 너는 아직도 무엇을 기다리느냐?”

황훈영/ 중국 베이징 통신원kkccjj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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