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언론들, 출산부담·자립 꿈꾸는 여성의 선택 무시

최근 프랑스에서 10년간 9만1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방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유방암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인데다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령출산을 한 여성과 임신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은 22살 이전에 임

신한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전혀 새로운 사실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연구결과가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하느냐에 있다.

영국 일간지 타임(The Time)에서는 ‘직장생활을 위해 임신을 늦추는 여성들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라는 위협조의 기사와 함께 유방암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데일리 메일(The Daily Mail)에서는 ‘노령출산 엄마들 유방암 위험’이라는 헤드라인을 일면에 올렸다.

먼저 요즘 여성들이 늦게 결혼하고 늦게 임신을 하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과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

직업 선택이 다분히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은연중에 혹은 의식적으로 결혼이라는 선택을 보류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결혼한 여성에게 주는 불이익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혼을 일찍 해서 하루라도 젊을 때 아기를 낳겠다고 결심해도 요즘 아이 한 명에게 드는 출산·육아비를 고려한다면 그리 쉽게 출산을 결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점점 남편의 월급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여성이 직업을 선택하거나 늦게 임신하는 일이 결코 개인적인 선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유방암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여성들 스스로 생물학적 재생산의 최고의 시기에 다른 역할과 가능성을 뒤로 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데 달려 있다고 은연중에 말하는 미디어의 보도 방식도 문제다.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을 때 나타날 건강 문제는 순전히 여성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미를 독자들에게 던져 준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전체 사회(국가, 가족, 직장 그리고 미디어)가 임신·출산을 여성들만의 개인적인 문제로 덮어두고 이를 사회적 재생산의 개념으로 확대,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또 사회적 재생산의 책임을 여성이나 가족 당사자에게 전가하고 미루는 데 있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임신을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보고, 자의적·타의적 상황에 따른 직장생활로 노령출산을 하게 될 것이다.

취업준비와 자신의 미래 설계로 바쁜 22살 딸에게 얼마나 많은 부모님들이 “얘야, 22살 이후에 임신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대. 결혼해서 빨리 아기 낳는 것이 어떻겠니? 아니면 결혼하지 않아도 아기부터 낳아라.” 라고 조언할 수 있을까? 미디어를 비롯한 전체 사회는 출산, 탁아, 보건, 교육 정책이 여성의 건강한 출산, 육아 그리고 직장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노령출산 여성들이 유방암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인지, 이를 위해 의학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의 논의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이주영/ 영국 통신원 chrisli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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