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대륙에 진정한 인간애 전하고 싶어”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언제라도 반갑다”는 그의 목소리에 그리움의 향기가 뭍어 나온다.

의사에서 아줌마로 전업한 문채경 박사가 미국에 살면서 고향,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책을 낸 이후 의료봉사를 위해 아프리카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임상병리학전문의로 한국에서의 병원생활을 접고 98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외로움과 그리움을 일기처럼 써 내려가면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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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외롭게 한 것은 이방인이라는 생각이었죠. 익숙하지 않은 풍경, 낯선 얼굴들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이란 사회와 다양한 문화가 나의 일상적이던 시선에 닿더라구요. 그 후 무심코 지났던 거리의 풍경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건들을 노트북에 적었지요. 나의 감정과 재미있었던 일, 남편과의 일상들 이런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게 된 것은 글로벌 시대에 예전보다 가까워진 미구에 대해 내가 보고 겪는 측면을 소개하고 싶어서였어요.”

전문직인 의사에서 주부로 전업한 그는 아줌마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줌마요? 의사였을 때보다 더 할 일이 많아요. 가정에서부터 사회 전반에서까지 아줌마의 역할이 대단하더라구요. 정말 긍지를 갖게 되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곳에 아줌마들이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을 가정교육에서 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 다 아줌마들이잖아요! 그들의 건강한 의식이, 진실한 목소리가 절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아줌마들을 보면 너무나 한국적인 사회생활에 길들여져 소극적이다 싶을 때도 있어요. 한국사회에서 아줌마 운동이 한창인 걸로 아는데 조금만 더 닫힌 문을 열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웠으면 하는 것”과 “작은 일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해 다 함께 갈 수 있는 사회에 동참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단다.

가까운 시일 내에 문채경 박사 부부는 아프리카로 떠나 몇 달 지내고 올 계획이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료 봉사를 하려고 해요. 약을 투여하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인간애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고 말한다.

낯선 땅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이전보다 깊어진 심미안으로, “조물주가 만들어낸 순결한 검은 대륙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문채경 박사의 따뜻한 시선이 드리운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그리움은 그리움만큼 아름다웠다>(효림출판사)라는 제목의 그의 책에서 이른 봄, 그리움의 냄새를 맡는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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