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준다’며 군인·순사가 끌고갔다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55.7%(107명)는 군인이나 순사, 이장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일자리나 공부, 먹이고 입혀준다는 말에 속아넘어간 사람도 52.6%(101명)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괴나 납치, 인신매매 방식으로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된 사람도 80% 이상이었다. 또 이들이 강제 동원된 시기는 1930년 이후 1945년까지 전국에 걸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연구소 부설 전쟁과여성인권센터(소장 정진성)가 지난 해 9월부터 약 2개월에 걸쳐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203명 가운데 1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이는 군 위안부 동원이 일본의 중요한 국가적·군사적 프로젝트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로 끌려갈 당시 미혼자가 절대다수인 167명(87%)이지만 결혼·이혼·과부·사실혼과 같이 결혼 경험이 있던 여성들도 전체의 10.3%인 20명이나 되는 것은 위안부 동원이 젊은 조선인 여성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행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위안소에서 체류한 기간은 1∼3년 미만이 25.6%(49명)로 가장 많았고, 5∼7년 미만 21.9%(42명), 3∼5년 미만 20.3%(39명) 순이었다. 이는 다른 동남아시아 피해자와 비교해 장기간일 뿐 아니라 이국에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또 위안소에서 도망을 시도한 경우는 22.4%(43명)였지만, 지리나 물정을 몰라서 23.8(36명), 군인감시 16.5%(25명), 자포자기와 체념 14.5%(22명), 위협과 협박 11.2%(17명) 등의 이유로 도망을 시도하지 못했다고 피해자들은 응답했다. 이들은 위안소에서 54.7%(105명)가 구타를 경험했고, 위협 35.4%(68명), 굶기기 15.6%(30명), 감금 13.0%(25명), 고문 7.8%(15명)에 시달렸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 혼자 살며(44.3%, 85명) 만성질환,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도 71.9%(138명)나 됐다.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위안부 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고통, 경제적인 어려움과 질병, 제대로 된 가족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 등을 꼽았다.

정대협측은 “생존자들이 계속 사망하고 있으므로 조사연구를 서둘러야 하며 생활비 지원 이외에 의료지원책, 피해자들의 정신·심리 치료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대협은 또 “위안소에서 아편을 목격한 경험, 군표와 관련된 내용 등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아편을 제조한 일본기업과 군표를 바꾸어준 일본은행 등 일본 기업의 관여를 비롯한 진상규명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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