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보건교육 시간이 되어 교실에 들어가자 재영이가 “선생님, 변태가 뭐예요? 애들이 자꾸 변태라고 놀려요”한다. 아이들은 “너 변태잖아”라며 웅성거린다.

주위 어른들의 말씀 중 ‘변태’라는 말을 귀동냥하고 별 뜻없이 싫은 친구에게 “짜샤, 너 변태야”란 말을 쉽게 내뱉던 3학년 남자아이들이라 세훈이에게 며칠 전 “변태에 대해서 선생님하고 얘기해 보자”라고 했던 말을 기억했나보다.

“세훈이는 변태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재영이는 변태예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여자애들 치마 들추고 여자화장실 들여다보고 남자애를 막 끌어안아요.”

“어깨동무도 막 했는데…”

“귀도 막 물어뜯어요.”

“여자 등허리를 막 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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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재영이에 대한 비난이 일고 한참동안 “네가 변태다, 아니다”로 어수선한 끝에 오늘은 ‘변태’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책꽂이에 있는 사전을 꺼내 찾아보도록 하였지만 초등학교 3학년 교실의 국어사전에 ‘변태’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았다. 교무실로 뛰어가 우리말 큰사전을 찾고…

‘변태 : ①탈바꿈 ②변하여 달라진 상태 ③‘변태(變態):성욕’= 정상이 아닌 성욕 및 그 행위, 색정도착, 색정도착증, 성도착, 성욕도착, 이상성욕’이라고 되어 있었다.

③은 설명하기가 난감했지만 아동들이 쓰고 있는 말의 뜻과 같으니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성행동이 공격적, 강제적,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성기를 노출하거나 옷을 전부 벗는 행동, 훔쳐보는 행동, 남자(여자)가 여자(남자)옷을 훔치거나 입는 행동, 음란전화를 하는 행동 등 정상적인 성행동이 아닌 행동들을 의미합니다.”

“이해가 돼요? 선생님이 설명한 것이 세훈이가 말한 ‘변태’의 뜻이고,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은 ‘변태’가 아니라 성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런거예요. 같은 반 친구에게 이런 좋지 않은 말을 쓰면 안되겠지요? 그런데 여자아이들이 장난으로 여기지 않고 재영이가 한 일들을 싫어하면 ‘성폭력’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재영이는 친구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렇다고 친구를 변태라고 놀리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아이들은 모두 다시는 그런 말을 안 하겠다고 한다.

TV 등 대중매체에 의해서 얻어들은 뜻 모를 성적 단어들을 말하는 중에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아이들의 습관은 꼭 성교육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고쳐 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들이 곱고 바른말을 써야 아이들도 바람직한 언어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원인희/ 강원 원주 귀래초등학교 양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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