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도식 남편에 이혼 요구하자 딸 납치

프랑스에 사는 한 여성이 3년 전 남편에게 납치된 딸을 찾아 지난 4일 밴쿠버에 왔다. 3년 간 딸을 찾는 일에 모든 것을 바쳐온 그의 이름은 파비안느 브랭.

그의 눈물겨운 사연은 1999년 2월 24일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이란출신 남편 하비브 에그발과 헤어지면서 시작됐다.

브랭씨는 9년 간 함께 산 남편 에그발이 전혀 일을 하지 않자 불만을 품게 됐다. 결국 그는 남편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남편은 당시 4살이었던 큰 딸 사라와 겨우 생후 9개월밖에 안된 둘째 딸 에바를 데리고 가출해 버렸다.

남편은 어느날 브랭에게 전화해서 미래 문제를 상의하자고 제의해 왔고 그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남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브랭씨가 도착하자 에그발은 들고 있던 칼로 그의 머리에서 턱까지 상처를 내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에그발은 브랭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사회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려고 그런 짓을 했다고 한다.

칼을 휘두른 뒤 에그발은 사라와 함께 사라졌고 브랭은 겨우 에바만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브랭에게 지난 3년 간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를 더욱 마음 아프게 한 것은 작은 딸 에바가 언니를 잠시도 잊지 못해 엄마 못지 않게 상심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에바는 매일 저녁 언니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는 자려 하지 않는다”며 “그때마다 울지 않으려 무척 노력하지만 에바가 잠들고 나면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샜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그의 안타까운 소식은 이미 프랑스 언론에도 널리 보도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다큐 프로그램 제작사에서는 이번에 그의 캐나다 방문에 동행했다.

브랭씨는 캐나다에 오기 전에 사라를 찾아 미국 시애틀을 방문했다. 시애틀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으로부터 에그발이 미국에 두번 입국했었다는 정보도 얻었다. 수사관은 또 샌프란시스코에 에그발의 누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에그발의 누이를 통해 그들이 토론토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오타와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대변인은 2년 전에 캐나다 이민당국이 그들의 입국을 불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뒤로 에그발과 사라는 캐나다로 들어온 것이 확실해 보인다.

노스밴쿠버에 사는 이란 출신 가정이 전후사정을 모른 채 지난해 이들에게 거처를 제공했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프랑스에 있는 친척들로부터 사실 얘기를 듣고 난 뒤 에그발에게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부터 10일간 밴쿠버에 머무는 브랭씨는 그들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경찰 소속의 미아보호국은 에그발을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그발은 프랑스에서 이미 어린이 납치범으로, 부인에게 칼을 휘두른 폭행혐의로 궐석재판

을 통해 3년형을 받은 상태다.

브랭씨는 기자들에게 “누구라도 내 처지가 되면 이런 길을 걸게 될 것이다. 나는 엄마이고 엄마가 자신의 딸을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주호석 캐나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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