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선댄스영화제 2002

지난 1월 10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에서 2002년 선댄스 영화제가 열렸다. 선댄스 영화제는 메이저 영화산업이 흥행만을 추구하는 동안 실험정신을 지키려는 젊은 감독들이 관중을 만날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원래는 미국 영화들만이 출품되었는데 지금은 전세계에서 참가하고 있다.

필자가 본 영화는 18일 솔트레이크시티 트롤리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우마 서먼(Uma Thurman) 주연의 <히스테리컬 블라인드니스>(Hysterical Blindness)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남편이 떠나버리고 혼자가 된 주인공의 어머니, 미혼모인 단짝 친구 그리고 단짝 친구의 어린 딸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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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다낭의 딸>(Daughter from Danang) 출처·www.sundance.org

선댄스에 출품된 영화에서 그녀는 1980년대 식의 촌스러운 화장을 하고 주말마다 단짝 친구와 함께 바에 남자를 구하러 다닌다.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영화에서 우마는 빛나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 우마는 미국의 보통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헐리웃에서 성공한 여배우가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독립영화에 출연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꽤 오래 전에 그녀가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던 <펄프 픽션>도 선댄스 영화제의 상영작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니콜 키드만도 올해 <버스데이 걸>(Birthday Girl)이라는 영화로 참가하고 있으며 시트콤 <친구들>로 유명한 제니퍼 앤더슨이나 리사 쿠드로우가 출연한 영화도 보인다. 보통 독립영화의 경우는 대부분 적은 예산으로 만드는데 이런 여배우들의 어마어마한 개런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지명도 탓인지 이런 영화들은 관중들이 넓은 극장을 빈틈없이 메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론가인 제레미 매튜는 독립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대형 영화사가 겁내는 흥행의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코미디에서 드라마까지, 독립영화들은 사회의 중요한 소재들을 필름에 담음으로써 사회를 되돌아보는 척도의 역할을 한다는 것. 지난 9월 테러 때문에 출품작의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참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많음에도 실제로 관객몰이에 성공할 작품은 몇 되지 않을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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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UCLA 필름 아키브(Film Archive)와 함께 <다른 행성에서 온 내 형제>라는

작품을 출품한 잔 셀리라는 사람인데, 그는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회사에 자신의 대본을 팔아 번 돈으로 UCLA에 투자해 영화를 만들고 있다.

200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여성들의 파워가 강세를 보였다. 총 170편의 출품작 중 94편이 여성 감독이나 제작자 혹은 여성들이 쓴 시나리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성 연출가인 레베카 밀러의 <퍼스널 벨로시티>가 극영화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최근 들어 간혹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들이 메이저 케이블 사에서 방영되거나 비디오 테이프로 만들어져 시중에 선보이는 기회가 생긴다. 부디 이러한 제도들이 활성화되어 독립영화들이 영화제 이후 창고 속에서 사장되지 않고 계속 관중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독립영화는 그 ‘사회의 거울’이니까.

<하이아 장 (유타 대학 정치경제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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