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민족 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들은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한국의 가부장문화에서 자란 남성과 결혼하지 않는 것을 큰 다행으로 여긴다. 유학생 여성들이 결혼 상대로 백인남성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큰 행복의 길을 택하는 것일까?

가부장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에 퍼져 있다. 여기서 백인남성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백인남성이 아시아계 여성을 결혼상대자로 선택하는 사례는 이제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여성운동이 일어나면서 백인여성들이 자신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과 백인남성들이 아시아계 여성들을 결혼상대로 선택하는 사례는 별개의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백인여성은 억세고 거칠어서 백인남성이 해외로 달아난다’는 농담에는 뼈가 있다. 거기다가 속칭 다이크라고 불리는 ‘남자같은’ 레즈비언들은 남자를 더욱 필요하지 않게 만든다. 레즈비언 부부들이 아이를 입양해 가정을 만드는 이야기는 흔하게 들린다. 대부분의 미국여성들에게 결혼은 이제 필수나 목적이 아니라 선택이요 수단이 된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많은 백인남성들은 ‘순종적인’ 아시아 여성들에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실 아시아 여성들이 순종적이라는 이미지는 원래 그래서라기 보다는 구미의 백인남성을 중심으로 여성, 유색인종, 제2세계,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순으로 경제적·정치적·문화적인 힘의 위계질서를 형성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아시아 여성들의 ‘순종성’은 제2의 천성이 된 것 같다. 백인남성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아시아 여성들과 결혼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여성들에게 ‘매력적’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러면 관계의 주도권은 백인남성들에게로 돌아간다. 백인남성들이 동남아시아의 매매춘 여성은 물론 사진신부를 찾는 사례는 이제 세계적인 관습이 되었다.

우리가 백인남성들을 영화에서나 본 그런 신사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그랬더라면 백인남성들은 흑인들을 노예로 삼지도 식민지적인 세계침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인여성들은 여성주의를 주창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강간과 가정폭력은 이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유럽과 미국의 백인남성들은 폭력을 사용해서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다시 한번 그것을 증명했다. 그들의 종교인 기독교도 백인들이 만드는 영화와 같이 이런 공격성을 교묘하게 숨기는 수단일 뿐이다.

신사인 체하는 백인남성들의 위선적 태도 안에 한국남성들과는 양상은 다르지만 그만큼 잔인한 성차별·인종차별이 배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한국여성들에게 숨겨져 있다. 자국의 성 탄압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한국여성들은 차라리 미지의 백인들을 선택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 여전히 남성들과 사랑에 빠지고 국제결혼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성들은 무조건 사랑에 목숨걸거나 편의를 위해서 결혼을 선택하지 말고 독립심을 길러야 한다. 경제적·정신적·감정적인 자립은 한 인간이 성인이 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한국여성들은 다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이 독립심을 갖지 못하게 온갖 사회적인 장치를 빌어서 방해하고 있다.

여성이 남녀관계보다도 결혼보다도 더 큰 인생을 꿈꿀 때 세계는 확실한 변화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황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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